‘역대 최대 실적’에 실탄 확보한 철강업계, 해외 시장 진출 속도
by박순엽 기자
2022.02.20 16:20:26
포스코, 오는 2030년까지 해외에 12조원 투자
인도 내 친환경 일관제철소 건설 협력 등 계획
현대제철, 체코 핫스탬핑 공장 증설 '생산 확대'
세아윈드, 영국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장 착공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에 힘입어 현금성 자산을 늘린 국내 철강업계가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도·유럽·북미 등 해외 성장 거점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의 생산 능력을 확대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가 보유한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은 11조6480억원에 달한다. 2020년 말 11조4300억원보다 2180억원 증가한 규모다. 현대제철(004020) 역시 지난해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이 2조21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4억원 증가했다. 세아제강지주(003030)도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연결 기준)이 전년 말 대비 793억원 늘었다.
| 포스코그룹이 지난달 인도 아다니(Adani)그룹과 친환경 일관제철소 건설 등 합작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포괄적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진=포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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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는 이처럼 쌓인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해외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오는 2030년까지 해외에 12조원을 투자해 조강(쇳물)생산 능력을 기존 510만톤(t)에서 2310만톤t 규모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내수를 포함해 조강 생산 6000만t 체제를 구축한다는 게 포스코의 전략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지난달 인도 현지 최대 에너지·물류 기업 아다니(Adani)그룹과 인도 내 친환경 일관제철소(제선·제강·압연의 세 공정을 모두 갖춘 제철소) 건설 등 합작 사업을 골자로 하는 포괄적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철강사 크라카타우스틸(Krakatau steel)과 합작해 현지에 세운 ‘크라카타우 포스코’ 이후 두 번째 해외 일관제철소 건설이다.
포스코가 이번에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짓기로 한 건 인도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인도의 철강 수요는 2019년 1억t에서 2030년 1억8000만t으로 10년 사이 8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인도 외에도 중국 하강집단유한공사와 합작으로 올해 초 중국 허베이성 당산시에 연산 90만t 규모의 자동차 강판 공장을 착공했다.
| 세아윈드에서 생산하게 될 모노파일이 납품되는 혼시(Hornsea) 프로젝트 구역 전경.(사진=세아제강지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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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전 세계적인 친환경 흐름에 따른 전기차·해상풍력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자 해외 설비를 신·증설하는 철강사들도 있다.
현대제철은 유럽의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자 체코 공장의 핫스탬핑 라인을 증설 중이다. 핫스탬핑은 900℃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된 철강소재를 금형에 넣고 프레스로 성형한 뒤 금형 내에서 급속 냉각시키는 공법으로, 핫스탬핑 부품은 기존 제품보다 단단하고 가벼워 전기차 부품으로 많이 쓰인다.
현대제철은 유럽 내 늘어나는 전기차 부품·소재 수요에 대응하고자 내년까지 210억원을 투자해 체코 오스트라바시 공장의 연간 핫스탬핑 강판 생산 규모를 연간 340만장에서 480만장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증설로 유럽 현지 수요 물량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아제강지주는 유럽 해상풍력 시장을 노린다. 세아제강지주의 영국 생산법인인 세아윈드는 현재 영국 현지에 해외 기업으로는 최초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모노파일)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연산 24만t 규모로, 해당 공장에선 초대형 사이즈 모노파일을 제작할 수 있다. 단일공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세아윈드에서 생산될 모노파일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로 조성되고 있는 영국 북해의 혼시 프로젝트 중 마지막 구역인 혼시(Hornsea) 3에 납품될 예정이다. 세아윈드는 해당 프로젝트 참여를 계기로 영국과 유럽 내 해상풍력 프로젝트 추가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들이 해외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건 시장 확대를 통한 기존 철강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면서도 “탄소중립 이슈 등으로 국내에선 신규 공장 건설이 쉽지 않은 상황과 무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