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아버지 엄벌" 청원했던 딸, 2년 후 '조카 물고문' 청원 대상자로
by김민정 기자
2021.04.09 09:53:35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매일같이 꾸는 이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고 너무 지쳐 간다”. 지난 2019년 살인자 아버지의 엄벌을 청원한던 딸이 이번에는 청원의 대상자가 됐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를 물고문해 죽인 이모부부 신상공개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인은 경기 용인시에서 발생한 ‘조카 물고문 학대 사망 사건’ 가해자인 이모 A씨(34)와 이모부 B씨(33)의 엄벌과 신상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청원인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이모 부부 악마들 때문에 알 거 다 알고 한창 뛰어놀 나이인 10살 아이가 부모에게 버림 받은 것도 모자라 짐승만도 못한 악마들에게 잔인한 고문을 당하다가 죽었다”며 “아동 학대를 넘어서 고문이자, 인권 말살, 영혼 파괴, 살인 사건이다. 신상공개를 당연히 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내 부모가 날 버려서 이모집에 가게 됐는데, 두 눈이 시커멓도록 때리고 세 번째 갈비뼈가 부러져서 손을 못 드는데 손을 들으라고 강요했다”며 “영상을 찍고 하루 세 번 개똥을 먹고 발가벗겨서 어두운 데서 벌을 서고 빨래를 하고 물고문을 1시간을 둘이 작당을 하고 시키는데 어느 누가 살아남을 수 있나”라며 이모 부부의 만행을 적었다.
| 조카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 검찰 송치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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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은 또 “귀신을 쫓는다고? 웃기는 소리”라며 “이모 부부는 그저 고문하며 상대가 괴로워하는 걸 즐기는 전형적인 싸이코패스들”이라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대체 이 나라는 가해자 인권에 왜 이렇게 앞서있는 거냐. 피해자는 다 죽어가고 평생을 저당 잡히며 갈가리 찢기는데 가해자 인권 보호는 대체 누가 만들었냐”며 “이게 당신들이 원하는 인권 보호 선진국의 모습이냐”고 이모 부부의 신상 공개를 요구했다.
아울러 청원인은 “제발 부탁이다. 제발 아이들을 건드리면 같은 지옥을 맛본다는 것을 가해자들이 알게 해 달라”고 말했다.
열 살짜리 여조카를 잔혹하게 ‘물고문’을 하고 강제로 개똥까지 먹인 이모 부부는 이도 모자라 학대 장면을 촬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부는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모 A씨가 지난 2019년 3월 군산에서 재혼한 아내를 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논두렁에 버린 60대 남성의 딸이란 점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씨는 같은 해 8월 ‘아버지의 살인을 밝혀 응당한 벌을 받게 도와달라’는 청원글을 올린 바 있다.
당시 이 청원은 군산 부인 살인사건의 피의자 C(52)씨의 딸 A씨가 자신의 아버지의 엄벌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는 점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A씨는 글에서 20대 여성 6명을 성폭행한 아버지의 과거와 이번 사건으로 부인이 숨진 경위, 경찰의 수사에 대한 느낌 등을 조목조목 적었다.
특히 재판에서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아버지 주장에 대해 A씨는 “계획적인 살인”이라고 반박했다. 또 청와대 청원과 인터뷰 방송이 나간 뒤 해코지를 암시하는 협박 편지를 아버지한테 받았던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청원 후 A씨의 아버지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A씨는 1년 6개월 뒤 살인 혐의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