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국 아빠, 코피노 자녀에게 양육비 지급하라”

by조용석 기자
2015.06.09 10:06:13

양육자로 필리핀 母 적합…매달 30만원씩 양육비 지급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한국 남성이 필리핀에서 현지 여성과 낳은 아이인 ‘코피노(Kopino)’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이어 두 번째로 코피노에게 양육비 지급을 명령하는 판결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단독 김수정 판사는 필리핀 여성 A씨가 한국남성 B씨를 상대로 낸 친생자확인 및 양육비 지급 소송에서 “B씨는 자신의 아이로 확인된 A씨의 자녀에게 양육비로 매달 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한국에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B씨는 2012년 필리핀에 출장 갔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A씨를 만났다. B씨는 A씨에게 가전제품을 사주는 등 호감을 표시했고 그해 8월 급속도로 가까워진 둘 사이에서는 아이가 생겼다.

B씨는 A씨의 임신사실을 안 뒤 더 자주 필리핀을 오갔고 2013년 5월에는 백일잔치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B씨가 A씨 사이에서 자녀가 태어난 사실을 한국 가족에게 털어놓으면서 이들의 관계는 끝났다. B씨는 필리핀으로 연락하거나 방문하기 어려워졌고 경제적 지원도 끊었다. B씨는 A씨에게 2012년 6월부터 2년간 약 1000만원을 송금했다.



이에 A씨는 양육비 4000만원과 사실혼관계 또는 혼인예약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한 것에 대한 위자료 500만원 등 4500만원을 청구했다. 반면 B씨는 “자녀를 한국에서 키울 테니 양육자를 자신으로 지정해 달라”며 맞소송을 냈다.

법원은 B씨보다는 A씨가 아이를 기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김 판사는 “현재까지 A씨가 필리핀에서 자녀를 양육했고 B씨의 가족이 이번 일로 심한 갈등을 겪은 점 등을 종합하면 아이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A씨가 적합하다”며 B씨에게 양육비 지급을 명했다.

다만 양육비를 일시금으로 달라는 A씨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B씨에게 이미 배우자가 있었던 점을 들어 혼인예약관계 부당파기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국내 법원이 코피노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28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가사2단독 주진오 판사는 필리핀 여성과 동거하며 두 아들을 낳은 C씨에게 매달 양육비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