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담배는 다르다'..KT&G, 담뱃값 인상은 악재?

by안준형 기자
2013.03.07 11:01:10

담뱃값 2000원↑.. KT&G 마진 50원뿐, 1950원은 세금 등
수요도 감소해 KT&G 영업이익 20%↓

[이데일리 안준형 기자] ‘제품 가격인상이 주가에 악재?’

주식 투자에서 가격인상은 보통 호재로 통한다. 제품 가격을 올리면 그만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5일 SPC그룹의 삼립식품(005610)이 빵값을 7.7% 올리자, 주가도 7.21% 뛰었다가 다음날 삼립식품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빵값 인상을 하루만에 철회하자 6일 주가는 7.98% 빠졌다.

하지만 KT&G(033780)는 예외다. 담뱃값 인상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했지만 KT&G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는 찾기 힘들다.

7일 증권업계에서는 담뱃값 인상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KT&G에 대해 가격 인상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전일 1% 넘게 상승했던 KT&G 주가도 이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오전 10시59분 현재 KT&G 주가는 전일비 0.91% 하락한 7만6000원을 기록중이다. 통상 제품 가격 인상은 호재로, 인하는 악재로 통하는 증시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담뱃값 인상 논의는 지난 6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세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2500원 수준인 담뱃값이 4500원이 된다. 사실 지난 정부에서도 담뱃값 인상을 추진했지만 번번히 물가상승 우려에 막혀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담뱃값 인상 필요성을 내비친데 이어 잔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인상 의지를 피력하면서 담뱃값을 올릴 가능성은 높아졌다.



겉으로 보면 담배를 생산·판매하는 KT&G에게는 호재다. 한번에 가격이 80% 오르니, 그만큼 매출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우선 2000원 인상분 중 KT&G에 떨어지는 돈은 50원뿐이다. 1950원은 담배소비세 등 각종 세금과 소매자 유통 마진으로 빠진다. 실제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소지는 낮다는 것.

여기에 비싼 가격 탓에 담배를 끊는 사람은 늘어난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인남자 기준 현재 44.5%인 흡연율이 가격 인상시 37%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흡연율은 이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정혜승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2005년 500원 인상때 보다 더 큰 수요의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4분기 가격인상을 가정할 경우 국내 담배 수요는 올해 4.6%, 내년 12.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결국 가격 인상으로 남는 마진 50원보다 금연으로 인한 수요 감소 피해가 더 크다는 얘기다. 때문에 KT&G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일우 연구원은 “수요 감소를 감안하면 KT&G의 영업이익은 20% 가량 감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담뱃값 인상을 호재로 보지 말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정혜승 연구원은 “담배가격 인상안에 따른 KT&G 손익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 연구원은 “ 담배세 인상을 호재로 해석할 가능성 있으나, 이를 근거로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할 경우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