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연금술사들)한일투신 채권운용본부(상)
by정명수 기자
2001.11.09 13:07:49
[edaily]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은 성공에 따르는 큰 보상만큼 주변의 오해도 많이 사고 실패의 위험성도 부담해야한다.
한일투신 채권운용본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펀드에 금리스왑(IRS)을 적용, 투신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한일투신의 스왑펀드가 나온 이후 비슷한 상품이 속속 등장했고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도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한일투신은 국채선물 거래를 많이 하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다. 수 천 계약의 선물거래를 동시에 체결, 시장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일도 종종있다. 국채선물 가격이 갑자기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모일 투신이 산다(판다)”는 식의 소문이 나돌기도 한다.
한일투신의 움직임이 너무 크다보니 한일투신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시장을 쥐락펴락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채선물 매매가 너무 빈번한 것도 밖에서 보기에는 다소 불안정해 보인다.
한일투신의 고형목 본부장(사진)은 이에 대해 “우리의 펀드 구조와 매매 방식을 겉으로만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선물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아니고 시장을 좌지우지할 생각도 없다”고 말한다. 고 상무는 “채권 운용은 결국 시스템과 지식(knowledge)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스왑펀드는 투신상품의 신뢰성을 높이고 다양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왑펀드의 정체와 한일투신이 국채선물 거래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주 “금융시장의 연금술사들”에서는 한일투신 채권운용본부를 세밀하게 들여다봤다.
◇루머의 진원지(?)
구자돈 운용역은 선물 시장의 큰 손이다. 한일투신을 담당하는 선물회사의 브로커는 장중에 화장실을 못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채선물을 많이 자주 거래한다.
“큰 손이라는 얘기를 듣지만 듀레이션 조절을 위한 거래가 대부분 입니다. 스펙(spec 투기거래)은 거의 없어요. 시장에서는 우리의 움직임을 조금 감정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이상한 루머 때문에 가끔 짜증이 나지만 결국 시장은 자기 갈 방향으로 가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구 운용역에게 한일투신은 첫 직장이다. 선물거래 경력도 2년이 안된다.
한일투신에는 구 운용역처럼 시장 경험이 짧은 직원이 있는가 하면 김형익 팀장처럼 IRS 마켓을 주무르던 노련한 딜러도 있다. 김 팀장은 지난 5월 산업은행에서 한일투신으로 옮겨왔다. 김 팀장은 산업은행에서 IRS 마켓 메이커로서 “큰 손” 대접을 받았다.
“IRS에 대한 시각이 산업은행과 한일투신은 근본적으로 달라요. 산은에서는 스왑이 주축이고 국채선물, 채권이 보조였다면 펀드에서는 채권이 주가 되고 스왑이 보조수단이죠. 제가 마켓 메이킹을 해봤지만 지금은 이용자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펀드 듀레이션을 관리하는 수단이죠.”
마켓 메이커의 지위가 아깝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 팀장은 “여기는 대신 채권이 많아요”라며 웃는다.
김 팀장도 처음 펀드운용을 맡고서는 펀드의 3개월, 6개월, 1년 등 다양한 만기 개념을 이해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스왑과 채권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한일투신 채권운용본부. 왼쪽부터 윤성주 과장, 유지영 대리, 김형익 팀장, 고형목 본부장(상무), 백승연 대리, 구자돈 운용역. 윤 과장은 채권 현물, 유 대리는 시장분석, 백 대리는 MMF와 단기자금 등을 담당한다.>
(중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