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운명의 한주'…MBK 연합, 최윤범과 ‘불편한 동거’ 불가피

by김성진 기자
2024.10.20 17:41:43

법원, 21일 공개매수 중단 가처분 판결
인용 시 MBK연합 장내 매수 시도할 듯
기각되면 최 회장 측은 한숨 돌려
MBK, 이사회 완전 장악 시간 걸릴 수도

[이데일리 김성진 김경은 기자]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기습 공개매수로 촉발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이번 주 2차 분수령을 맞는다.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법원에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중단 가처분 판결 결과와 함께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로 얼마큼의 지분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부의 추가 한쪽에 확 기울 수도, 또는 분쟁이 내년까지 장기화할 수도 있다. 만약 양측의 지분 격차가 현재 업계 관측보다 더 좁혀질 경우 MBK·영풍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불편한 이사회 동거를 이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기 위해 MBK·영풍 연합이 신청한 2차 가처분 결과가 이르면 21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지난 18일 진행한 첫 번째 심리에서 가능한 오는 21일까지 판결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23일 종료되기 때문에 그전에 법원의 결과가 나와야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지 않을 거란 판단에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만약 법원이 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승부의 추는 MBK·영풍 측에 확 기울 가능성이 크다. MBK·영풍은 현재 의결권 환산 기준 지분율 48%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법원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중단 결정을 내릴 경우 MBK·영풍은 즉시 고려아연 지분 장내 매수를 시도할 공산이 크다. MBK·영풍이 지분 2%만 추가 취득하더라도 의결권 과반을 넘겨 사실상 분쟁을 마무리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라 시세조종 리스크 등의 이유로 장내 매수 시도가 부담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1차 가처분 때와 마찬가지로 2차 가처분 신청도 기각할 경우 고려아연은 한숨 돌리게 된다. 여전히 절대적 지분율에서는 4.42%포인트(p) 차이가 나지만, MBK·영풍 역시 과반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에 지분을 추가 확대할 시간적 여유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23일 종료되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얼마큼 청약이 몰릴지도 관건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보통주 20%(베인캐피탈 2.5% 포함)를 사들이겠다고 밝혔는데, 현재 유통주식 수는 약 17% 수준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지분 약 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참여할 경우 고려아연이 목표 물량을 전부 매입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 경우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비중이 늘어나면서 기존 보통주의 의결권 지배력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장악해 이사회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더라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의 ‘불편한 동거’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고려아연 정관상 이사회 소집 권한이 ‘회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회장의 역할이 이사회 내에서 상대적으로 큰 편으로, 이사회 의장도 ‘회장’이 맡도록 하고 있다. MBK·영풍 연합이 이사회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이사회 소집은 최 회장에 달려 있어 이사회 장악이 쉽지 않은 구조다.

더욱이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에 해당한다. MBK·영풍 연합은 아직 의결권 기준으로 특별결의안을 통과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특별결의안 통과를 위해서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로 해야 한다. MBK·영풍은 이를 충족할 만한 지분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내이사로 등록된 최 회장의 해임안 역시 특별결의 사항으로, 2026년 3월까지 임기가 남은 최윤범 회장을 밀어내긴 어렵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20일 임기 만료로 대표이사직을 사퇴했지만 사내이사로 남아 이사회 의장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