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범 가해자 여친 아닌데”…유튜버 사적제재에 애꿎은 사람 피해

by이재은 기자
2024.06.06 17:38:56

‘마녀사냥’ 피해자 “온라인서 악플, 허위사실 유포 확인”
“영업장 운영에도 피해…허위사실 유포 법적 대응할 것”
사적제재 유튜버 “올린 글로 네일샵 사장님이 공격받아”
지원단체 “피해자 일상회복과는 거리 먼 일방적 업로드”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일부 유튜버가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사적 제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애꿎은 시민이 가해자의 여자친구로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시민은 사적 제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경찰서에 진정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지난 5일 밀양의 한 지역카페에 올린 진정서. (사진=네이버 카페 갈무리)
밀양에서 네일샵을 운영 중인 A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제가 밀양사건의 가해자 여자친구라고 거론돼 현재 수많은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영업장을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악플 및 악의적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지난 4일 경찰서를 방문해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허위사실 유포 및 업무방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자신은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재차 강조하며 “1인샵으로 운영 중이기에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알려진 직원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피해자의 아픔을 감히 헤아릴 수 없으나 같은 여성으로 깊이 공감한다”며 “(밀양 성폭행 사건이) 사회적으로 공분을 산 점에 대해 이해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음에도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실명과 상호를 거론한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합의나 선처 없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더 억울한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실이 아닌 것은 절대 언급하지 않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A씨는 같은 날 밀양의 한 지역카페에 올린 글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마녀사냥으로 아무 상관 없는 제 지인들이 (피해를 보거나) 영업에 큰 피해가 있다”며 “어제(4일) 진정서를 제출하고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카페 글에서 진정서 사진을 첨부한 이유에 대해 “제가 마녀사냥의 피해자임을 좀 더 확실하게 공개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으면 한다. 더 이상 마녀사냥으로 주변인들에게 피해가 없길 바란다”고 했다.

‘나락 보관소’는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에 “제가 (앞서) 올린 커뮤니티 글로 인해 네일샵 사장님이 공격받았다”며 “전후 사정이 어떻든 간에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글을 올린 바 있다.

유튜버 ‘나락 보관소’가 지난 5일 커뮤니티를 통해 올린 해명문. (사진=유튜브 갈무리)
‘나락 보관소’는 지난 1일부터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근황과 신상을 공개하는 등 사적제재를 이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가해자가 근무했던 식당이 불법 건축물이었던 사실이 알려지며 영업 정치 처분을 받거나 또 다른 가해자가 직장에서 해고되기도 했다. ‘나락 보관소’를 제외한 다른 유튜브 채널이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B씨가 대기업에 다닌다’는 취지의 영상을 올린 뒤로는 해당 기업에서 B씨를 임시 발령 조치하기도 했다.

다만 ‘나락 보관소’가 “피해자 가족 측과 메일로 대화 나눴고 (가해자) 44명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상태”라고 밝힌 것과는 달리 피해자 측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신상 공개에 동의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적제재를 둘러싼 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피해자 측은 (‘나락 보관소’의) 영상이 업로드된 후 6월 3일 영상 삭제 요청을 했고 44명 모두 공개하는 방향에 동의한 바 없다”며 “피해자의 일상 회복, 피해자의 의사 존중과 거리가 먼 일방적 영상 업로드와 조회 수 경주에 당황스러움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은 2004년 12월 밀양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 여중생 1명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며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들은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