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는 故 이건희 유산 상속…삼성家 지배구조·사회환원 관심
by배진솔 기자
2021.04.25 15:22:22
다음주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家 故이건희 유산 상속공개
총 12~13조원 납부세액…5년간 6회 연부연납 방식 예상
故 이건희 회장 보유 주식 배분…이재용 지배구조 강화 방안
미술품·사재출연 등 수조원대 기부 전망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에 대한 삼성 일가(家)의 상속세 납부 기한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건희 회장이 남긴 주식, 미술 컬렉션, 부동산 등의 규모와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유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 회장 보유 주식 배분은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조만간 상속 내용과 함께 조원 단위의 사회공헌 계획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일가는 이르면 27일께 상속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상속세 납부 기한은 지난해 10월26일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지 6개월이 되는 달의 말일로 오는 30일이다.
이 회장의 유산은 주식, 미술품, 부동산, 현금 등이 있다. 이 중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가 11조366억원에 달하고 미술품과 한남동 자택, 애버랜드 부지 등 부동산 등을 포함하면 총 납부세액이 12~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주식담보 대출, 신용 대출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5년간 6회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 방식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속과 관련해선 그룹 지배구조와 맞닿아 있는 고 이건희 회장의 보유 주식 배분 방안이 관심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4.18%)와 우선주(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지분을 갖고 있다. 법정 비율대로라면 배우자인 홍라의 전 리움미술관장이 9분의 3, 이재용 부회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세 자녀가 각각 9분의 2씩 나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이 회장의 주식 상당수를 물려받아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은 크게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17.33%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각각 0.06%와 0.7%로 미미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 전부를 이 부회장이 상속받아 취약한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과거 LG그룹의 경우도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구 회장의 LG 지분의 78%를 양자인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에게 상속했다.
재계에선 유족들이 상속 내용과 함께 대규모 사회 환원 계획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의 유서 존재 여부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사회 환원은 고인의 사회적 평판을 제고하면서 상속세 절세라는 일석이조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먼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2조5000억~3조원에 달하는 ‘이건희 컬렉션’ 1만3000점 중 일부를 기증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 각각 기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2008년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이후 이건희 회장이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에 대해서도 사회환원 계획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당시 이 회장은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사재 출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 나오는 ‘이건희 재단’ 설립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삼성의 장학재단인 ‘삼성장학회’를 약 20년간 운영하다 해산했기 때문에 소외계층을 도울 수 있는 다른 사회공헌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