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현 “신천지, 이낙연 평 좋으니 만남 원한 듯”

by김소정 기자
2020.03.02 09:15:59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보좌했던 정운현 전 국무총리비서실 비서실장(2018년 11월~2020년 2월)이 신천지가 국무총리를 포섭 대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정운현 전 국무총리비서실 비서실장
정 전 실장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해 6월 말, 어떤 사람들이 총리를 자꾸 만나려고 했다. 비서실장인 저를 좀 먼저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비서실 의견이 있어서 제가 먼저 만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왜 그들을 만났냐면 그들이 표방하는 것이 세계 평화, 남북 통일 이런 거대 담론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총리에게 도움일 될 분일지도 몰라서 제가 먼저 만났다”라고 덧붙였다.

정 전 실장은 신천지 위장단체라고 하는 ‘HWPL’(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단체 3명을 만났다고 한다. 정 전 실장은 “세 사람 중에 선임자가 권아무개라는 여성이었다. 제 집무실에서 와서 인사하고 명함 교환했다. 제가 이 단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자기들이 가져온 게 있더라. 홍보 책자, 두꺼운 화보집이 있었다. 이게 신천지 행사 화보집이었다. 몇 장 넘겨보니까 매 페이지마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사진이 하나씩 꼭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제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니 이런 분을 선전하려면 좀 티를 안 나게 해야 되지 않냐. 남들이 좀 보기 그렇지 않냐’라고. (신천지 측에서는) 특별히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정 전 실장은 “그들이 판넬을 하나 가지고 왔는데, 그림이 아니라 제일 위에 이낙연 총리님께라고 하는 제목에 빽빽하게 자기들 활동 내용을 적어놨다. 또 이 총리를 칭송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걸 총리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제가 전해주지 않고, 비서실장 퇴임할 때 폐기했다”라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은 끝까지 신천지 단체와 이 전 총리의 만남을 주선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말 정 전 실장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이 총리와 만나기로 돼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정 전 실장은 “제가 그날 일정을 보니까 총리님이 다른 일정이 있었다. 그래서 집무실에 들어가 총리님한테 ‘일정표에 나와 있는 것 외에 신천지 쪽과 무슨 약속한 게 있으시냐’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총리님도 ‘약속한 적 없다’고 하셨다. 그걸 전달했더니 (신천지 측에서) 그제서야 ‘면담을 간청 드리는 거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종교라면 예를 들어 ‘저는 조계사 누구입니다’, 천주교라면 ‘서울교구, 대전교구 누구입니다’, 기독교라면 ‘어디 교회 누구입니다’ 이렇게 신분을 밝히고 떳떳하게 할 텐데. 신천지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적인 견해가 있으니까 대놓고 처음부터 ‘신천지 누구입니다’라고 하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것 같으니까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접근한 게 아닌가 추정을 해 본다”라고 말했다.

신천지가 이 전 총리에게 접근한 이유에 대해선 “이 총리에 대한 평이 좋지 않냐. 게다가 나아가서 혹자들은 실세 총리다. 이렇게도 부르고 했으니까. 이 총리와 아마 이만희 총회장과 만남이 주선돼 사진을 찍는다면 아마 그들이 교세 확장이나 종교를 선전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되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