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위닉스 투자로 '두 마리 토끼' 잡은 프랙시스캐피탈

by박기주 기자
2018.03.11 17:51:03

2014년 투자 후 IRR 17%
위닉스 체질 개선으로 시장 신뢰도 제고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이 3년여에 걸친 위닉스(044340) 투자를 마무리했다. 두자릿수 이상의 높은 수익률과 더불의 시장의 신뢰까지 얻은 투자라는 평가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프랙시스캐피탈은 지난 5일 보유하고 있던 위닉스 지분(8.5%)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약 263억원에 매각했다. 지분 매각에 앞서 지난 1월 전환사채(CB)의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프랙시스캐피탈은 지난 2014년 11월 위닉스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25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중 절반은 지난해 9월 138억원에 조기상환했다. 총 400억원을 회수해 이번 투자의 내부수익률(IRR)은 약 17%에 달한다. 준수한 수익률도 주목할 만 하지만 프랙시스캐피탈의 투자 이후 위닉스의 변화도 눈에 띈다. 적극적인 경영 참여로 회사의 체질 개선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프랙시스캐피탈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위닉스는 늘어난 재고로 자금줄이 막힌 상황이었다. 제습기(제품명 뽀송)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해당 제품을 대거 생산하고 배우 조인성씨를 모델로 발탁하는 등 공격적인 정책을 폈지만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실제 2013년 410억원 가량이었던 위닉스의 재고자산은 2014년 1050억원까지 늘어났고, 단기차입금은 990억원으로 전년대비 네배 가량 증가한 상황이었다.

프랙시스캐피탈은 위닉스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공격적인 확대보다는 기존 상품(제습기) 판매의 안정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유통망에 공급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부문 매출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고, ‘뽀송’ 브랜드로 국내 소비자에게도 충분한 인지도를 쌓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위닉스는 이듬해부터 공기청정기 등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방점을 찍었다. 또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이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TV·인쇄 광고를 하는 방식의 마케팅보다는 바이럴 마케팅 등에 집중했다. 프랙시스캐피탈 관계자는 “삼성이나 LG과 비슷한 품질의 제품에 저렴한 가격이 더해진다면 국내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략은 맞아 떨어졌고 인터넷 카페 등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공기청정기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위닉스의 실적은 2015년 조정을 거친 뒤 이듬해 흑자전환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재고자산은 466억원(지난해 3분기 기준) 수준까지 축소됐고, 단기차입금도 580억원으로 줄었다.

앞으로 위닉스가 새로 출시할 예정인 의류건조기 등 새로운 포트폴리오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보통 주요 주주의 블록딜 후에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지만 프랙시스캐피탈의 지분 매각 이후 위닉스의 주가는 브록딜 당일 하락한 뒤 빠르게 회복해 이튿날 처분가(1만7400원)를 넘어섰다. 블록딜 작업 역시 많은 기관투자가가 몰리면서 1시간 만에 마감되기도 했다. 위닉스의 실적 개선에서 대한 방증으로 풀이된다.

프랙시스캐피탈 관계자는 “펀드 운용을 위해 지분을 매각하기는 했지만 그동안의 기업 체질 개선 작업으로 위닉스의 기업 가치는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는 기관투자가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