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연장합의…넉 달간 시간 벌었다

by이민정 기자
2015.02.22 15:58:01

국제 채권단, 그리스 경제개혁안 수용 여부가 관건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그리스가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등 소위 국제 채권단 `트로이카`와 현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넉 달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구제금융은 이달말로 종료될 예정이었다.

사실상 구제금융을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난하며 구제금융 재협상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총선에서 승리했던 급진좌파 연합인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구제금융 연장을 받아들이면서 국제 채권단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20일 그리스와 채권단이 4개월 구제금융 연장에 합의했으며, 그리스 정부가 23일까지 개혁조치에 관한 목록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개혁안은 트로이카 채권단이 검토한 뒤 추후 목록을 구체화해 오는 4월말까지 합의할 계획이다. 이같은 구제금융 연장 합의로 그리스는 재정 개혁을 수행하기 위한 시도는 물론 채권단과 후속 계약을 협상할 시간을 벌게 됐다.

이를 두고 그리스 정부는 협상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21일 대국민 담화에서 “전쟁에서 이긴 것은 아니지만 전투에서는 승리했다”면서 “이제 재정긴축과 구제금융, 국제 채권단인 트로이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대한 조치를 취한 셈”이라고 평했다.



다만 그리스가 4개월 구제금융 기한을 연장하는 대가로 국제 채권단에 제출하기로 한 경제 개혁조치가 받아들여질지 여부가 문제로 남아있다. 앞서 독일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이행되지 않거나 탈세 및 부패 척결, 행정 투명화 방안 등이 요구된 그리스의 개혁안이 채권단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면 그리스는 다시 자본 부족과 채무불이행, 유로존 탈퇴 위협에 시달리게 된다.

트로이카와 유로그룹은 개혁안 등을 심사해 구제금융 조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24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마지막 집행분인 72억유로를 4월말 지급하고 그리스 금융권의 긴급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유로재정안정기금(EFSF) 지원 여부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금융시장은 일단 안도하고 있다. 이날 미국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0.86%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61% 올라 두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