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씻어도 발견 '벌레와 전쟁'

by김희석 기자
2012.06.26 11:10:00

르포/대상 종가집 횡성 김치공장
기계세척 6회+손세척 1회
그래도 100% 안 걸러져
X-ray 검출기도 무용지물
"배추 특성상 어쩔 수 없어 소비자들 이해해 줬으면.."

[이데일리 이승현기자]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다. 하지만 식품에서 벌레가 발견된다면 소비자들은 기겁을 한다. 여기에 김치업체들의 고민이 있다.

‘2011년 하반기 제조단계 이물 혼입 제품 현황’에 따르면 총 264건 중 김치에서 이물이 나온 것이 14건. 이중 벌레는 9건이었다. 이데일리는 지난주 김치 제조 공장을 방문해 ‘벌레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돌아봤다.

여름 바캉스철, 성수기를 앞두고 한창 바쁜 대상(001680) 종가집 횡성 김치공장은 아침부터 김치에 들어가는 배추, 무, 고추, 마늘 등 원료의 세척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김치공장이라고 해서 김치 제조과정이 집에서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배추나 무에 양념을 바르거나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김치공장의 배추 세척 과정. (위에서부터) 6단계에 걸친 기계세척. 배춧잎을 들춰보며 육안 검사. 마지막 손세척.
가장 큰 차이는 세척과정에 있다.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식품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바로 이물인데, 김치는 원료의 90% 이상이 농산물이기 때문에 이물을 제거하기 위한 세척과정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이 배추다. 종가집 김치의 경우 배추의 겉잎을 제거해 다듬고 절여온 것을 납품 받아 쓰고 있는데, 배추의 특성상 배춧잎 사이사이에 이물이 잘 들어가기 때문에 가장 관리가 어렵다. 납품된 배추를 보면 일반 배추보다 크기가 작은데 위생관리를 위해 겉잎을 많이 떼어 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손실도 적지 않다.

이렇게 배추가 들어오면 6단계에 걸쳐 기계 세척을 한다. 물에 거품을 일으켜 배추를 흔들어 세척을 하고 틈에 있는 이물을 제거한다. 기계 세척이 완료된 절임배추는 6명의 작업자가 한잎 한잎 넘겨가며 육안으로 이물을 확인한다.



이후 또 다시 사람이 직접 손세척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세척과정만 총 7단계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이 때 사용하는 물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김치 1t을 생산할 때 10t의 물이 소요된다.

이렇게 세척을 마친 배추에 속을 넣으면 포기김치가 되고, 절단 후 양념과 버무리면 맛김치가 된다. 맛김치는 비교적 이물 관리가 쉽지만 가장 문제는 포기김치다. 강홍민 횡성공장 QA(품질관리) 팀장은 “배추의 특성상 재배할 때 이파리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사이사이로 이물이 들어가게 된다”며 “배추 속 부분 깊숙한 곳에 이물이 있으면 이를 걸려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종가집 측에 따르면 배추의 이물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인력을 늘려 배추를 꼼꼼하게 육안 검사하는 방법 밖에 없다. 금속이나 나무 같은 이물은 검출장비를 사용하면 되지만 벌레는 기술적으로 검출하는 장비가 없어 육안으로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횡성공장에는 최첨단 검출장비인 X-ray 검출기가 8기 설치돼 있지만 벌레 검출에는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인력을 4배 정도 늘리는 등 위생관리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현재 횡성공장이 위생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연간 20억원 수준인데, 종가집 추산으로는 61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제품가격 인상요인을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대현 종가집 횡성공장장은 “김치에서 벌레가 나오지 않도록 모든 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원료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식품의 특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