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인태반의약품, `절반만 살아남았다`

by천승현 기자
2011.01.14 11:31:51

식약청, 임상재평가 완료..23개 판매허용·18개 퇴출
"임상평가 신뢰성·실효성 문제점 노출"지적도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보건당국이 그동안 효능 논란이 제기됐던 인태반 의약품에 대해 5년여에 걸쳐 효능을 검증한 결과, 시판중인 41개 품목중 23개 품목의 판매를 허용했다. 

평가 과정에서 상당수 제품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식약청의 허가 체계에 대한 신뢰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각도 있다. 임상평가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점도 노출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자하거가수분해물 인태반주사에 대한 임상재평가를 마지막으로 시판중인 인태반 의약품에 대한 평가를 모두 마무리했다.

식약청은 인태반의약품의 효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2006년 허가된 제품의 효능을 전면 재검증하는 임상재평가에 착수했다. 재평가는 제품의 특성에 따라 자하거 추출물, 자하거 가수분해물, 자하거엑스 복합제, 등 3분류로 나눠서 진행됐다.
 
5년에 걸친 평가 결과 자하거 추출물은 27개 품목중 17개, 자하거가수분해물은 9개 품목중 1개, 자하거엑스 복합제는 평가대상 5개 품목 모두 식약청으로부터 효능을 인정받았다. 식약청이 이들 제품의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한 결과 판매해도 좋다며 `합격` 판정을 내린 것이다.

반면 자하거추출물 4개 품목, 자하거가수분해물 3개 품목은 임상자료 검토 결과 효과가 없다고 평가돼 시장에서 퇴출됐다. 자하거추출물 6개 품목, 자하거가수분해물 5개 품목은 임상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않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식약청으로부터 허가받은 인태반 의약품 41개 품목중 56.1%인 23개 품목만이 생존한 셈이다.

업체별로도 희비가 엇갈렸다. 녹십자(006280)는 연 매출 80억원대를 기록중이던 `그린플라주`가 시장에서 퇴출됐지만 연 매출 200억원대의 `라이넥주`는 임상평가를 통과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광동제약(009290)은 `뷰라센주`와 `파워라센액`가 합격 통지서를 받았지만 `휴마센주`는 시장에서 퇴출됐다. 유니메드제약은 1개 품목이 생존했지만 2개 품목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일양약품(007570)은 2개 제품 모두 생존하는데 성공했다.
 

5년여에 걸친 임상평가 과정에서 잡음도 많았다.

우선 평가 도중 탈락한 제품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임상시험 결과 효과가 인정되지 않아 퇴출된 제품의 경우 결과적으로 그동안 소비자들이 효과가 없는 제품을 복용한 셈이 됐다.
 
식약청의 승인을 받고 시장에 진입했다가 퇴출됐다는 점에서 식약청의 허가 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장에서 자진 철수한 제품의 경우 일부는 임상비용 등을 이유로 허가를 취하했지만 일부 제품은 임상시험을 진행하다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시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부 업체들에 대해서는 비도덕적이라는 의혹이 쏟아지기도 했다.

태반의약품의 임상평가에 대한 실효성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었다.

5개 품목 모두 합격한 자하거엑스복합제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드링크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용법·용량이 명확하지 않은 일반의약품을 임상평가로 효능을 검증하는 것을 두고 식약청의 무리한 행정 남용이라는 불만도 쏟아졌다. 
 
실제로 이들 제품의 검증과정에서도 식약청이 수 차례 전문가 회의를 진행하며 결과 발표가 지연되기도 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장기간의 임상재평가 결과 23개 제품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결론났다"면서 "향후에는 사후관리를 통해 시판 제품의 안전성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인태반의약품 임상재평가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