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 속속 국감증인으로…어느 선까지?

by이정훈 기자
2006.09.28 11:48:39

이동통신·정유·유통 등 대표기업 사장, 줄줄이 채택
이건희·정몽구 등 거물총수 채택은 어려울 듯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국정감사 시즌을 앞두고 국내 대표 기업인들이 속속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거물급 총수들까지 증인석에 설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는 지난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신배 SK텔레콤(017670) 사장, 조영주 KTF(032390) 사장, 정일재 LG텔레콤(032640) 사장 등 이동통신 3사 대표들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나서는 이통통신사 사장들을 상대로 추궁할 문제는 휴대전화 할부보증보험료.

또 정무위는 국제유가 급등 과정에서 폭리를 취했다는 의혹을 다루기 위해 신헌철 SK(003600) 대표이사, 명영식 GS칼텍스 사장, 사미르 에이 투바이엡 S-OiL 사장,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아울러 불공정 하도급 거래와 관련 이승환 삼성테스코 대표와 이철우 롯데쇼핑 대표, 대형 유통업체의 우월적 지위 남용과 관련 이인원 롯데백화점 사장, 이경상 신세계(004170) 이마트 대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금융인 가운데서는 이재우 신한금융(055550)지주 부사장과 박해춘 LG카드(032710) 대표이사, 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 정용근 농협중앙회 회장, 존 필메리디스 SC제일은행장, 손복조 대우증권(006800) 사장 등이 포함됐다.

아직 증인 채택 건이 최종 확정되진 않았지만, 재경위 역시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과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이사, 김형민 외환은행 부행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위반과 98년 삼성생명 주식 매입, 금산법 위반문제 등을 따지기 위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글로비스 편법 상속과 관련된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증인으로 요청된 상태다.



반면 산자위는 `기업 기 살리기` 차원에서 단 한 명의 기업인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한편 관심을 끈 이건희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의 증인 채택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무위에서 한나라당은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의 부당 내부거래와 관련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모비스 사장을 증인으로 요청했지만, 열린우리당이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따라 추후에 증인 채택 여부를 재논의키로 했지만, 열린우리당의 입장이 강경해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경위에서 심상정 민노당 의원이 요청한 이건희 회장과 정의선 사장 역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채택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작년에 이건희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삼성자동차 손실 보전과 같이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을 추궁하기 위한 것이지만, 올해에는 그렇지 않은 만큼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웅래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 역시 "우리 기업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기업인들을 국회에 증인으로 불러서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경제 살리기냐"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조건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기업인이나 최고경영자(CEO)들이 국감장에 나와 증인석에 올라가면 죄인처럼 취급받는다"며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신중히 고려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