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진 쿠팡發 배송전쟁..속내는 각각 다르다

by안승찬 기자
2015.06.15 10:24:21

기존 온라인몰 '묶음배송', 홈쇼핑은 '당일 배송' 선언
가격에서 배송서비스 전쟁으로 빠르게 이동
'자체 배송시스템' vs '외주 택배사 활용' 방식 달라

CJ오쇼핑은 14일 ‘신데렐라 배송서비스’를 서울과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 5대 광역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오전 9시30분 이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일부 제품에 한해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쿠팡의 ‘로켓배송’에서 시작한 유통업계 배송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홈쇼핑과 기존 온라인쇼핑몰도 배송전쟁에 가세했다. 싸움의 양상이 가격경쟁에서 배송 경쟁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각자 추진하는 배송서비스의 이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쿠팡이 자체적인 물류창고와 배송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홈쇼핑과 기존 온라인쇼핑몰은 철저히 외부의 택배회사를 활용하는 방식을 쓴다. 서로의 장단점도 뚜렷하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CJ오쇼핑(035760)이 먼저 배송전쟁의 출사표를 던졌다. 기존에 수도권 지역에서만 시행하던 당일 배송 서비스를 지방 5대 광역시(부산·광주·대구·대전·울산)로 확대하는 ‘신데렐라 배송서비스’를 실시한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오전 9시30분 이전에 당일 배송 상품을 주문하면 그날 저녁에 상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오쇼핑은 당일 배송을 전담하는 인력을 150명으로 확대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도 ‘스마트 배송’이란 이름의 자체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각 상품을 파는 판매자가 배송까지 책임지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상품을 주문할 때마다 배송비가 들었다. 하지만 스마트 배송은 이베이코리아가 직접 운영하는 묶음 배송 서비스다. 소비자가 여러 판매자의 상품을 모아서 한 번의 배송비(최대 3000원)만 내면 주문한 물건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묶음 배송을 제공하면 배송비 부담 때문에 구매를 꺼렸던 단가가 낮은 제품의 온라인 판매도 늘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묶음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과자 매출이 급증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그동안은 가격과 제품의 안정성, 환불의 편리함 등이 주요 가치였다면 이제는 빠른 배송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송이 강조되는 흐름은 해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아마존이 넓은 미국땅에서 이틀 내 배송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하자, 대형마트인 월마트가 무료 배송을 시작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아마존은 ‘그럼 우린 무료 당일 배송에 나서겠다’고 다시 맞불을 놓았다.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는 외형은 같지만, 각 회사의 전략은 꽤 다르다. 쿠팡이 자체적인 물류창고와 자체 배송차량을 확보하는 방식이지만, CJ오쇼핑과 G마켓, 옥션 등은 CJ대한통운(000120) 등 전문 택배회사에 외주를 주는 방식을 쓴다.

쿠팡은 현재 배송차량 1000여대, ‘쿠팡맨’이라고 부르는 자체 배송기사 1000여명을 운영 중이다. 내달 말까지 800대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쿠팡의 자체배송 서비스는 택배면허가 없다는 점에서 기존 택배회사들의 불법 논란 공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쿠팡의 배송서비스 불법 논란에 대해 일단 뒷짐을 지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외주 택배회사를 쓰는 방식보다 자체적인 배송망을 구축하는 데 비용이 훨씬 더 든다”며 “하지만 빠르고 친절한 배송서비스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송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쿠팡식의 자체 배송시스템에 대한 불법논란이 완전히 가라앉은 게 아니어서 기존 택배회사를 쓰는 방식이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