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는 오너경영을 말하는데 최은영은 아니다

by안재만 기자
2011.08.08 14:54:03

조양호 회장 "한국의 오너십, 전세계가 주목"
최은영 회장 "이젠 전문경영인 시대"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재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뜨거운 이슈가 바로 `오너경영 체제가 나은가` 아니면 `전문경영인 체제가 나은가`하는 문제다.
 
이와 관련, 한진가(家)의 두 오너가 다른 의견을 피력해 눈길을 끈다.

최은영 한진해운(117930)그룹 회장은 지난달 29일 전경련 하계포럼 강의에서 "2세, 3세 경영인에게 과거 오너 경영인과 같은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이제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한 시대"라고 역설했다.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강의 중인 최은영 회장
최 회장의 발언이 주목을 끈 이유는 남편의 형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앞서 오너십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기 때문. 조 회장은 지난 6월16일 차세대 항공기 A380 소개자리에서 "대한항공(003490)이 민영화 이후 이렇게 성장한 것은 강력한 오너십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조 회장의 오너 경영 `자화자찬`은 다소 뜬금 없이 나왔다. A380 시범 비행 도중 "전 세계가 한국의 오너십에 주목하고 있다"고 운을 뗐기 때문이다. "전 세계 학회에서도 관심 있어 한다"는 말도 했다.

대한항공이 오너를 갖게 된 후 승승장구했다는 조 회장 발언은 사실이다. 대한항공은 민영화 이후에야 비로소 만성적 적자에서 탈피했다. 1948년 민간자본으로 설립됐다 1962년 공사로 전환된 대한항공은 1969년 한진상사로 넘어갔다.
 
당시 종업원 514명, 제트기 1대, 프로펠러기 7대만 갖고 있던 대한항공은 현재 140대에 가까운 최신형 항공기를 운항하는 동북아 대표 항공사로 자리매김했다.
 
A380에 탑승해 발언 중인 조양호 회장
조 회장은 A380 도입에 대한 자부심으로 오너 경영에 높은 의미를 부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9.11테러 직후 항공시장이 악화됐을 때 A380 도입을 결정했던 것에 대해서도 `강력한 오너십` 덕분이었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




당시의 조 회장 발언은 금세 잊혀졌다. 아무래도 한국은 물론 동북아시아에서 처음 도입된 A380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수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전문 경영인 중심의 새로운 경영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은 전경련 강의 도중 "과거 산업시대 창업주 오너들은 본인의 경험, 카리스마 등으로 큰 성과를 냈지만 이제는 우수한 전문 경영인 인력이 풍부하다"면서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역할을 분담하는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또 "재벌 2, 3세가 창업주 할아버지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도 덧붙였다.

오너 경영체제가 더 나은지, 전문경영인 체제가 더 나은지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대한항공은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지만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실패 사례로 지목된다. 잘 나가던 회사가 오너의 공격적 M&A(대우건설 대한통운) 추진으로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두 회장의 발언과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양측의 불편한 관계 탓에 발언 내용에 더욱 관심이 간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 회장은 고(故) 조수호 회장 사망 이후 한진그룹으로부터 한진해운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 회장이 이를 미루고 있다.

일각에선 조 회장이 계열 분리를 승인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한진해운의 전문경영인 체제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전문 경영인, 오너 경영인 체제가 잘 갖춰져 있다"면서 "아무래도 조금은 예민할 수 있는 사안에 다른 입장을 피력한 것이기에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