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거친 발언으로 ‘尹대만 발언’ 말꼬리 잡는 이유는[중국은 지금]
by김윤지 기자
2023.04.23 18:53:33
''말참견'' 등 발언에 대사 초치·엄정 교섭
中관영지 "韓국격 잃어" 등 비난 이어가
한미정상회담 결과 따라 수위 높일 가능성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의 몫으로, 타인의 말참견은 용납할 수 없다.”(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친강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
대만과 관련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중국이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에 대한 중국의 견제로 풀이된다.
이 같은 ‘설전’은 윤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지난 19일 로이터통신이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긴장 고조에 대해 “중국이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면서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간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처럼 글로벌 문제”라고 말했다.
|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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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중국 외교부는 ‘말참견’이란 표현을 사용해 입장을 밝혔고, 이에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같은 날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에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 ‘엄정한 교섭 제기’는 외교 경로로 상대국에 공식 항의했다는 의미다.
이후에도 중국은 관영지를 통해 수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GT)는 ‘대만 발언으로 한국의 국격이 갈가리 찢겼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국은 미국을 기쁘게 하기 위해 중국을 모욕해 국격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GT는 미국의 한국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한국이 강력하게 항의하지 않았다는 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한국이 ‘국격’을 강조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한국은 중국에 대한 항의를 통해 미국에 잃어버린 국격과 외교적 자존심을 되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GT는 자국 학자들을 인용해 윤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에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 대만 문제를 이용해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선택이라고 했다.‘말참견을 용납할 수 없다’는 부용치훼(不容置喙)나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玩火者, 必自焚)’ 등은 대만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중국의 공격적인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 차원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발언들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중국이 수위를 높여 반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는 지난 18일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도 포함되는 등 양안 문제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서방이 자주 사용하는 문구이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의 ‘말꼬리 잡기’ 배경에는 오는 26일 미 워싱턴에서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공동 기자회견에서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등 대만 관련 문구가 포함될 경우 중국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빌미’로 한국이 친미 외교 전략을 펼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견제하는 셈이다.
다만 중국은 북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대중국 수출 감소로 한국의 무역수지가 타격을 받는 등 정치적·경제적으로도 한국과 밀접하다. 이 때문에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것은 아닌지 일각에선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