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규 "이재명·윤석열, 태종의 정치력 배워라"[만났습니다]①

by송주오 기자
2022.02.06 16:17:54

'태종처럼 승부하라' 저자 박홍규 교수 인터뷰
"李, 신뢰성 회복 위해 태종의 자기변신 참고해야"
"尹, 왕의 자리 양보한 태종의 정치력 본받아야"
"국가전략 없는 韓…조선 같은 국가전략 세워야"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이재명 후보는 태종처럼 자기 변화를 통해 신뢰성을 얻어야 한다. 윤석열 후보는 태종의 정치력을 배워야 한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박홍규 고려대학교 정외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태종처럼 승부하라’의 저자 박홍규 고려대학교 교수는 지난 4일 서울 안암캠퍼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대 대선의 양강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태종의 모습에 빗대어 각 후보들이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가 본 이 후보는 ‘유연함’, 윤 후보는 ‘기개’였다. 이는 설 연휴 직후 진행한 대선 후보 4인의 TV토론을 기준으로 했다. 박 교수는 토론에서 보인 모습을 전제로 “이 후보는 유연하다. 치밀하게 계산된 유연함”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공격적인데 (토론에서) 방어적인 태도로 임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계산된 방어’로 해석하며 대중의 낮은 신뢰성 회복을 위해 태종 같은 ‘자기 변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윤 후보에게는 ‘정치력 보완’을 충고했다. 박 교수는 “윤 후보는 정치경력이 짧은 탓에 디테일이 약하다”며 “태종이 왕자의난 이후 형에게 왕 자리를 양보하고 개국공신과 타협한 정치력을 발휘하며 관리하는 부분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즉, 자신의 지분을 고집하지 말고 핵심 인물들과 권력을 분배할 수 있는 ‘아량’을 배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교수는 태종의 ‘중화공동체’ 같은 국가전략이 이번 대선에서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화공동체는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당시 동아시아의 패권국가인 명나라를 ‘대중화’로, 조선을 ‘소중화’로 분류해 원나라-고려의 종속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를 강조한 조선의 외교전략이다.

박 교수는 조선이 명에 복속하거나 전쟁도 불사하는 자주독립국을 주장한 게 아니라 ‘제3의 길’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것이 중화공동체 전략이다. 그러면서 “조선의 대전략은 공동체 전략이고 사대는 정책 차원”이라며 “조선이라는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면 언제든 정책은 바뀌고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4자 토론을 보면서 무엇이 국가전략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일제식민지 시절에서 미국을 통한 독립이 이뤄지면서 국가전략을 진지하게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국가전략이 있어야 상대국에 대한 정책을 할 수 있다”며 “태종에 빗대어 얘기한다면 대한민국의 국가전략을 정해야 한다. 국가전략 속에서 우리는 각국에 대해서 어떤 정책을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박홍규 고려대학교 정외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태종의 리더십은 무엇인가.

- 권력의 화신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숙청하는 피의 세계에서도 한쪽에서는 맹자의 얼굴을 놓치지 않았다. 그 역동성 속에서 초창기 조선 왕조의 창업 혼란기를 종결시켰다. 그 과정에서 조선 왕조의 가장 중요한 업적, 즉 유교적 국가건설의 제도화 작업을 해갔다. 한쪽에서는 권력적 측면도 있지만 주자주의 이념을 정도전이 설계도를 가지고 실천해 갔다. 그가 만들어 놓은 조선 초기 제도는 결정적이었다.



△태종의 리더십과 비슷한 대통령은 누구인가.

-외형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태종처럼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제3대 대통령이다. 또 태종이 정변을 통해 정권을 장악했듯이 박 전 대통령도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했다. 형식적으로 가장 유사한 것은 10월 유신이다. 태종의 ‘유신의 교화’와 너무 흡사하다. 다만 박 전 대통령과 이념의 생각이 태종과 격이 달랐다. 태종은 주자주의 성군의 꿈이 있었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내 역할에 대한 의식이 강했다. 이와 비교하면 박 전 대통령 모습은 태종과 비교해 많이 달랐다.

△내용적으로는 어느 대통령에 태종에 부합하나.

-내용적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장 유사했다. 김 전 대통령도 권력의지가 대단했다. 단지 방법에 있어서 쿠데타가 아닌 정당한 선거를 거쳤다. 또 다른 대통령에 비해 권력 유지 측면에서 포용적이다. 자기와 견해를 달리하는 인재도 쓰고 실용 인재를 등용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는 민주주의에 대한 확실한 이념을 가지고 있었다. 남북통일, 한일관계 개선, 동아시아공동체를 추진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념 세계에서는 세계평화, 환경문제 등 다루지 않은 게 없다.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태종에게 배울 점은.

-이 후보는 도덕적 문제를 상쇄하려면 태종처럼 자기 변화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업적을 내면 사라지지는 않지만 상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태종에게 그런 점을 배웠으면 좋겠다. 윤 후보는 태종이 왕자의난 이후 형에게 왕의 자리를 내주고 개국공신과 타협하며 관리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자기 권력의 한계가 어디인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만약 내가 승리했기 때문에 권력이 100%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필수적으로 망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에게 바라는 점은.

4자 토론을 보면서 한쪽은 한미동맹을 우선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무역을 고려해 중국을 소홀히 대할 수 없다고 한다. 저는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국가전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조선은 그 고민을 했다. 그 고민 속에서 전략은 정도전이 구상했고 태종이 실행했다. 중국이 명-청으로 바뀌고 일본도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막부로 교체돼도 조선은 19세기까지 국가전략을 바꾼 적이 없다. 태종에 빗대어 얘기한다면 대한민국의 국가전략을 정해야 한다. 국가전략 속에서 우리는 각국에 대해서 어떤 정책을 할 것인가를 해야 한다.

△새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진영논리를 타파하는 것이다.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 세종의 정치공간을 생각하면 태종 시절의 싸늘함이나 긴장감이 없이 신하들이 신뢰감을 기반으로 자기 주장을 얘기했다. 시기적으로 얼마 차이 나지 않지만 전혀 다른 공간이다. 세종의 위대함은 자기 권력을 가지고 태종 시대의 적폐를 많은 시간을 들여 해소한 것이다. 저는 대한민국에 그런 정치공간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정치가를 기대하며 대한민국 새 시대의 정치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