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급식에 ‘모기기피제’ 탄 교사 영장 반려…왜?

by장구슬 기자
2021.02.02 09:02:41

유치원 교사 A씨, 급식통에 모기기피제·계면활성제 넣어
檢, 구속영장 반려…“구체적인 자료 필요”
경찰 “직접 증거 거의 남지 않아, 수사 난도 높아”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서울 금천구의 한 유치원에서 급식에 모기기피제 등을 넣은 혐의를 받는 유치원 교사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반려했다.

A 교사가 아이들 급식에 모기기피제를 뿌리는 장면이 포착된 CCTV 화면 (사진=JTBC 뉴스화면 캡처)
이 사건을 3개월째 수사 중인 서울 금천경찰서는 최근 검찰에 유치원 교사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지만 반려됐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려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검찰은 A씨에게 적용된 아동 학대, 특수상해미수 등의 혐의와 아이들의 건강 악화에 대한 추가적인 입증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지난 1일 JTBC에 따르면 경찰은 이번 사건의 수사 난도가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직접 증거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A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A씨가 한 일과 피해 아동들의 건강악화 간의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다고 봤다.

경찰은 A씨가 아이들의 급식과 동료 교사들의 물통 등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루와 액체를 뿌리는 폐쇄회로(CC) TV를 확보한 상태다.

교무실에 있는 이 교사의 책상에서 발견된 약통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모기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도 발견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급식에 뿌린 건 ‘물과 생강가루 등 이었다’는 A씨의 주장을 반박하긴 쉽지 않다.



또 경찰 수사를 받은 다음 날에도 유치원에 출근한 A씨가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도 있다.

JTBC에 따르면 A씨의 이상한 행동이 드러난 건 A씨가 지난해 11월13일 유치원에 근무하는 한 선생님의 텀블러를 훔쳤다는 의혹을 받은 사건 때문이었다. 이때도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를 주장한 교사가 CCTV를 확인하다가 A씨가 아이들의 급식에 알 수 없는 액체와 가루를 넣는 장면을 확인했다. 유치원은 이후 학부모들을 소집해 이 사실을 알렸고, A씨는 이틀 뒤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A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날인 16일과 그 다음 날인 17일에도 유치원에 출근했다.

한 피해 아동 학부모는 JTBC에 “경찰 수사를 받은 A씨를 출근시켰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난다. 최소 17일 피해는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유치원의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경찰은 A씨의 증거인멸 정황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에 A씨가 에코백 등에 무언가를 담아 옮기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가 옮긴 것이 아직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A씨는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근무 중인 유치원 원생들의 급식통에 유해물질을 넣은 혐의를 받는다.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 아동은 1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동료 교사들의 급식과 커피 등에도 수상한 물질을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