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9일째…‘정중동 행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by김미경 기자
2019.01.10 09:15:23

2일 첫 출근…신학철 체제 시동
업무 파악 및 경영 현안에 전념
사업 동향·글로벌 시황 공부 중
연말 조직개편서 COO직책 신설
정호영 사장, 조력자 역할 맡아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모든 일정은 철저히 비공개입니다. 시무식 이후 목격한 직원도 일부 임원진 외엔 드물 거예요.”

LG화학의 새 수장으로 영입된 신학철(62) 부회장이 2일 정식 업무를 시작한지 9일째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는 3월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최고경영진(CEO)에 선임되는 만큼 모든 일정은 비공개에 부치고, 경영 현안 파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국적기업인 3M 출신인 신 부회장은 1947년 LG화학 창사 이후 첫 외부 영입 CEO로,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신 부회장이 공식 취임하면 현장을 중시하는 변혁의 아이콘답게 본인의 색깔을 서서히 드러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LG화학에 따르면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동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시무식을 시작으로 업무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직원들의 첫 상견례 자리였던 이날 시무식은 약 40분간 진행됐으며 승진 및 임원 소개, 시상 등 신 부회장의 간단한 소감 정도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매해 시무식 때마다 CEO 메시지나 신년사가 공개돼 왔지만 이번엔 이 마저도 공개하지 않았다.

LG 측 관계자는 “연초에는 일부 사업장도 둘러본 것으로 안다. 임직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현장과 소통하면서 분위기를 익히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3월 주총까지는 내정자 신분이라 본인 스스로도 조심스러워 하고 있지만 워낙 시원시원하고 소탈한 성격이라 취임 뒤 빠른 변화가 예상된다. 대외 행보도 거리낌 없이 소화하는 등 활발히 움직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LG화학은 △기초소재 △전지 △정보전자소재 △재료 △생명과학 등 큰 사업 부문만 총 5개의 거대 기업으로 회사의 모든 면을 다 익히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최고운영책임자(COO) 직책을 신설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해석이다.



COO(Chief Operating Officer)는 전사 사업별 관리를 총괄하며 CEO를 보좌하는 역할이다. 기존 CEO(최고경영자), CFO(최고재무책임자), CHO(최고인사책임자), CTO(최고기술경영인)에서 C 레벨의 직책을 하나 더 늘렸다. 현재 CFO를 역임 중인 정호영 LG화학 사장이 COO 업무까지 겸임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COO 직책 신설은 신학철 부회장이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 사장은 재무 총책임자 역할 외에 회사 전체 내부 살림을 총괄하는 등 신 부회장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업무 파악을 끝내는 대로 사내 조직 변화 및 경영 혁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신 부회장이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부족한 사업 볼륨을 키우고, 글로벌 수준에 맞는 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의 2인자에 오른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지난 1984년 한국3M 평사원으로 입사해 20년 만에 한국인 최초로 미국 본사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에 오를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프랭크 리틀 전 3M CEO는 그를 ‘역동적이고 강한 리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