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선 기자
2016.03.18 10:16:16
보통주 및 우선주 7대1 비율로 감자
자본금 1조 2124억원에서 1732억원으로 감소
김충현 CFO, 김정범 비상경영실장 등 신임 사내이사
[이데일리 최선 기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현대상선(011200)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무상감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상장폐지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의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날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사회 의장은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이사가 이어 받았다.
현대상선은 18일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빌딩에서 제4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보통주와 우선주 7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 안건에 대해 의결했다. 또한 주주들은 이날 현 회장 사임 및 신임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날 감자 결정에 따라 현대상선의 보통주 1억 9670만 7656주와 우선주 1114만 7143주는 7대1 비율로 감자된다. 자본금은 1조 2124억 8600만원에서 감자 후 1732억 1200만원으로 줄어든다. 신주는 오는 5월 6일 상장된다. 현대상선의 자본잠식률 50%인 상태가 2년 연속 발생하면 상장폐지 요건이 되기 때문에 재무구조를 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조 7685억원, 영업손실 2535억원을 기록했다. 비지배 지분을 제외한 자본총계 대비 자본금 비율이 20.2%로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다.
이날 의장으로 나선 이 사장은 안건 의결에 앞서 “결손을 보존하기 위한 주식 병합이라는 아픔을 드리게 돼 죄송하다. 오늘 주주들의 희생과 결단 없이는 2015년 연말기준 79.8%에 달하는 자본잠식률을 해소할 수 없다. 2017년 상장폐지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염두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마포에 거주 중이라는 한 주주는 “주가가 자꾸만 떨어지니 막막하다. 우리가 한 마디 한다고 감자 결정이 바뀔 리 없지만 너무하다. ‘시황이 안 좋다’,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좀 더 노력해달라”며 “조선업체들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는데 조선이나 해운이나 똑같은 것 아닌가. 이대로 상장폐지 시킬 수는 없으니 원안대로 통과를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감자에 대해서는 일부 반대 의사도 나왔다. 기업 재무구조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져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주 지분 9.9%를 보유한 현대중공업(009540)은 기권을 표명했고 4.6%를 보유한 현대건설(000720)은 주총에 앞서 감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반대의사를 표명한 총 주식수는 1250여 만주(약 12%)에 달했다.
아울러 이날부로 현 회장이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음에 따라 김명철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상무가 물러나고, 김충현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와 김정범 현대상선 비상경영실장 전무가 신임 사내이사로 올랐다. 나머지 이사들에 대한 변동사항은 없다.
이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 심정으로 노력하고 있다. 용선료를 조정하고 채무재조정을 하는 등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가시밭길이지만 임직원 모두가 현대상선의 미래를 걱정해주시는 주주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을 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주총은 20여분 만에 종료됐다.
현대상선 측은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예외 없는 동참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주들이 주식병합을 수용하는 상생의 결단을 내려줬다”며 “주식병합 건이 통과됨으로써 경영정상화 작업은 제 궤도에 오르게 됐으며 자본잠식은 완전히 해소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또한 회사 측은 “이번 주식 병합 건으로 용선료협상, 채무조정, 자율협약, 현대증권 자산 매각 등 현대상선의 자구안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