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시가총액, 실물경제 규모 넘었다…과열화 우려

by김태현 기자
2015.05.05 16:27:22

지난달 전 세계 시가총액 약 8경743조원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워런버핏 지표 빨간등 켜져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전 세계 주식시장이 상승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시가총액 규모가 실물경제 규모를 웃돌면서 과열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주요 지표로도 유명하다.

세계거래소연맹(WFE)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74조7000억달러(약 8경743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2015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규모(74조5000억달러)를 소폭 웃도는 규모다.

전 세계 시가총액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0월 64조달러를 기록한 이후 감소하다 2013년 11월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각국 정부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증시에 몰리면서 주요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웠다.

중국 증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오름세를 보였다. 중국 증시는 올 들어서만 35% 넘게 급등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증시와 홍콩 증시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을 시행된 이후 주식 투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올 들어서는 악화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인민은행(PBCO)이 기준금리, 지급준비율 인하 등을 단행하면서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을 높히기도 했다.

일본 증시는 2013년 4월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한 이후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달에는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종가 기준으로 2만선을 돌파했다. 대규모 채권 매입 등 양적완화(QE)에 따른 엔화 약세가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덕분이다.



미국 증시도 양호한 주택지표와 기업실적 발표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15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시가총액 규모가 실물경제 규모를 웃돌면서 과열 우려도 커졌다. 실제로 전 세계 시가총액이 GDP 규모를 웃돈 건 닷컴 버블이 한창이었던 1999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6~2007년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이는 특히 버핏의 주요 지표로 유명하다. 워런 버핏은 지난 2001년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것(GDP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현재 시장이 어느 시점에 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단일 지표”라고 평가했다. 최근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총회에선 이 지표를 활용해 미국 증시가 현재 고평가돼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125%에 달한다. 버핏은 “금리가 정상 수준이라면 지금의 주가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조절 시기에 따라 주가가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시게미 요시노리(重見吉德) 투자전략가는 “최근 증시에서 과거 과열화됐을 때와 같은 열광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지만 완화된 통화정책이 주도하는 주가 상승세에 대한 경계감도 크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가 미 연준 금리 인상 충격을 어느 정도 해소하겠지만 증시가 과열화된 상태에서 금리 인상 충격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