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車 다시 한번 '유럽스타일' 꿈꾼다

by김형욱 기자
2012.10.09 11:12:04

세단 탈피해 소형 SUV·해치백으로 회귀.. 성공 여부 주목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의 주류는 예나 지금이나 ‘대륙 스타일’이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좀 더 큰 차, 기왕이면 세단을 선호한다. 자동차는 그 차를 타는 사람의 지위를 결정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여기에 한 몫 하고 있다. 좁은 땅덩어리란 점에서 우리와 닮은 ‘유럽 스타일’의 실용적인 소형 해치백이나 왜건은 여지껏 빛을 보지 못했다.

현대차 아토즈와 클릭, 기아차(000270) 비스토 등 경소형차, 라비타 같은 소형 다목적차(MPV) 등 ‘유럽 스타일’은 모두 생명이 짧았다. i30나 크루즈5, 폭스바겐 골프 같은 유럽 풍의 해치백 모델도 규모 면에선 세단 시장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 수년 내 실용적이고 소형화한 ‘유럽 스타일’의 신차가 잇달아 출시 예정이어서 이들의 도전이 이번엔 어떤 결과를 낼 지 주목된다. 우연찮게도 국산차 3사가 비슷한 시기에 동급 경쟁모델을 잇달아 출시한다. 이들이 경쟁할 무대는 지난 2007년 현대차 라비타 단종 후 5년 만에 부활하게 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다. 라비타는 2007년 국내에서 단종됐고 유럽에서만 ix20라는 후속 격 모델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선 그 자리를 이보다 큰 스포티지R 같은 중형급 SUV가 대체해 왔다.

포문을 열 첫번째 모델은 한국GM이 개발해 지난달 ‘2012 파리모터쇼’에서 데뷔한 쉐보레 트랙스. 미국 GM이 유럽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해 만든 모델로 내년 중 국내 출시된다. 길이는 약 4.2m(4248㎜)로 준중형급 세단보다 30㎝ 가량 짧지만 실내 공간은 월등히 넓다. 배기량 1.4리터의 가솔린 엔진(최대 140마력)과 1.7리터 디젤 엔진(최대 130마력) 모델이 있다.

내년 출시 예정인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도 내년 중 소형 SUV 신모델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르노의 컨셉트카 ‘캡쳐’의 양산 모델이 유력하다는 것 외에 알려진 정보는 없으나, 벌써부터 인터넷 상에 가칭 QM3란 이름을 붙인 동호회가 생겨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캡쳐의 경우 트랙스와 크기(길이 4223㎜)가 거의 동일하다.



쌍용차(003620) 역시 2015년 1월, 소형 SUV X100(프로젝트명)을 선보인다. 쌍용차는 지난해 9월 ‘2011 제네바모터쇼’에 X100의 모태가 될 XIV-1 컨셉트카를 처음 공개한 데 이어 XIV-2, e-XIV 등 업그레이드 버전을 국내외 모터쇼에서 차례로 공개했다. 길이가 4160㎜으로 3개 경쟁모델 중 가장 작은 것이 특징이다. 1.6리터 디젤/가솔린 엔진이 탑재될 예정이다. X100은 마힌드라 피인수 이후 처음 내놓는 완전한 신차기도 하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고유가 및 경기침체로 전 세계 자동차 추세는 ‘다운사이징’으로 변하고 있다. 이젠 실리를 갖춘 작은 차, 자기 목적에 맞는 차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전기 컨셉트카 e-XIV. 오는 2015년 1월 이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소형 SUV X100(프로젝트명)이 출시 예정이다.
내수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아직 소형 SUV 출시 계획은 없다. 기아차가 내년 출시 예정인 신형 카렌스 역시 전통의 7인승 MPV다. 대신 현대차가 지난해 유럽을 겨냥한 중형 왜건 i40(디젤)를 출시했다. 기아차는 비슷한 시기에 경형 박스카 레이를 출시, 시장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모두 유럽에선 주류로 대접받는 모델이다.

한편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수입 브랜드 역시 유럽풍 신모델을 연이어 국내에 소개한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7일 수입 소형차 1세대 비틀의 신모델을 국내 출시했다. ‘딱정벌레 차’란 애칭으로도 잘 알려진 모델이다. 이 회사는 내년 중 국내 해치백 붐을 일으킨 골프 7세대 신모델도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