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했더니 화산? 다음주면 기업 피해 가시화

by류의성 기자
2010.04.19 13:07:16

피해 규모면에서 업종별, 기업별로 명암 엇갈려
장기화할 경우 휴대폰,반도체 타격..자동차 등은 영향 미미

[이데일리 류의성 김국헌 조태현기자]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에 따른 유럽 항공대란 사태로 휴대전화, 반도체, LCD 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사태가 다음주까지 이어질 경우 그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자동차와 일부 LCD 업계 등은 사태가 장기화하더라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업종별, 기업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1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유럽 주요 도시와 인천공항을 오가는 여객기 21편, 화물기 11편 등 모두 32편이 결항됐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현지 시각) 발생한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이후 지금까지 총 122편의 항공편이 결항된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 지역 공항은 지난 16일 이후 폐쇄돼 19일 현재까지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항공사들이 운항 재개를 당국에 요청하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언제 사태가 끝날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출업계에서는 항공대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가 휴대전화 업계일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TV와 가전 제품은 선박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영향이 없지만 휴대전화는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돼 항공편으로 유럽 지역에 수출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휴대전화 수출의 경우 수요에 대해 재고물량으로 대응하고 있어 아직까지 큰 피해가 발생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생산하는 휴대전화 중 유럽에 수출되는 비중은 18% 수준이다. 사태가 장기화돼 휴대전화 수출이 중지되면 타격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삼성전자(005930)의 휴대전화 생산은 중국의 천진과 혜주 공장에서 전체 총 생산량의 40%를, 국내 구미공장과 베트남 공장에서 약 30%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이나 국내에서 비행기로 실어나르는만큼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 등이 유럽에 수출하는 휴대전화 물량은 하루 평균 20여만대로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약 3000만달러(한화 약 335억원)에 이른다.

모처럼 호황을 맞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도 항공대란이라는 갑작스런 복병을 만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세계 수출물량의 10%를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수출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이 하루 평균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이닉스(000660) 관계자는 "재고 물량을 활용하고 있어서 아직까지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지만 장기화될 경우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반도체 고객인 글로벌 PC제조 업체 공장 대부분이 동남아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유럽 수출 차질에 따른 매출 손실을 하루 평균 약 3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럽시장 재고 물량을 감안할 때 현재까지는 큰 영향이 없다"면서도 "항공대란이 이번주를 넘기면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형식으로 반도체를 공급하는 동부하이텍의 경우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대부분의 물량은 대만, 일본 등 아시아와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며 "유럽 공급 물량은 전체 매출에서 아주 적은 수준으로 사태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LCD의 경우 유럽 슬로바키아에 LCD 모듈 공장을 갖고 있으며, 당장 부품 조달에 큰 문제는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LG그룹의 부품 회사는 사태가 장기화하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034220) 관계자는 "현재 유럽에 공급되는 LCD 모듈 등의 제품은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된다"며 "폴란드 공장의 생산 물량이 많지 않아 사태가 이번 사태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되는 LCD 모듈은 전체 LG디스플레이 생산 물량의 5% 미만인 것으로 추산된다.

LG이노텍도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유럽에 수출하는 제품 대부분은 폴란드에서 생산돼 육로로 공급되고 있어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도 이번 유럽 항공대란의 직접적인 영향에선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완성차나 부품들이 해상을 통해 이동하는 만큼 항공기 결항의 여파가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전장부품에 사용되는 일부 반도체 수입이 지연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미 적정수준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체코나 슬로바키아 등 현지공장 인근에 국내 부품업체들이 동반진출한 상황이라 현재로선 항공기 결항으로 인한 운송문제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르노삼성 관계자도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완성차나 부품 등은 모두 해상을 이용해 운송되는 만큼 큰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