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리스크 관리의 주역들)포철 노연길 팀장(하)

by하정민 기자
2001.11.28 12:18:57

[edaily] 이번주 "환리스크관리의 주역들" 대상자는 포항종합제철 노연길 팀장입니다.

(중편에서 이어집니다)
◇자금조달 업무의 묘미 -자금조달 업무도 병행하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십니까. ▲작년에 퇴직금 중간정산, 파워콤 투자, 부채원금 상환 등 자금수요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 중 상당부분을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해 메웠습니다. 올해 3월까지 세번이나 발행했는데 이게 1000억엔이나 됐어요. 채권발행도 상당히 흥미있는 일입니다. 일본 투자자들을 상대로 로드쇼를 하는데 그쪽에서 포철을 좋아하니까 저희로선 신나죠. 일본 사람들은 포항제철을 신일철과 동급이라고 평가해줍니다. 포철이 신일철과 옛날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그들과 비슷한 방향으로 발전해왔기때문에 이미지 업 효과가 큰 것 같습니다. 로드쇼를 해도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이 채권을 사갑니다. 미츠비시 트러스트, 일본생명보험과 같은 큰 투자가들은 일본에 더 자주 와서 채권을 발행해달라는 요청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발행 주간사를 니코SSB가 많이 담당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낮은 금리에 발행한 적도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금리가 낮으니까 그 덕택도 많이 봤고요. -세계시장에서 포철의 시장점유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신일철과 거의 비슷합니다. 옛날에는 우리가 조금 밀렸는데 지금은 동등한 수준이 됐어요. 둘이 합해서 4.5% 정도? 세계 철강업계는 조각시장(fragmentary market)이에요. 자동차처럼 포드나 GM이 세계시장의 30~40% 수준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을 대표하는 철강업체들이 자국 시장을 점유합니다. ◇은행을 평가하며 거래한다..win&win 전략 -자금거래 시 주거래 대상은 어느 곳입니까. ▲특별한 곳은 없고 외국계은행과 주로 거래합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외환위기 후 외국계은행이 외화자금 조달을 독점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때 저희가 외화자금을 많이 써야 하니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메이저로는 대여섯개, 모두 합해서는 30여개 정도 거래합니다. 거래은행들은 정보나 아이디어 제공능력이 뛰어나요. 시장조사능력이나 고객들의 요구파악에 상당히 적극적입니다. 의견개진도 활발한 것 같고... "시장 의견은 어떻고 내 생각은 어떻다" 이런 식으로 말해주니까 듣는 저로서도 제 생각과 더불어 취합할 수 있습니다. 또 자랑할 수 있는 점은 저희 딜러가 이 모든 은행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그걸 통해 이쪽에는 얼마, 저쪽에는 얼마 하는 식으로 거래규모도 조절해나가죠. 저희 기준으로 보자면 7개 은행 정도를 메이저로 정해놓고 75~80% 정도를 거래합니다. 나머지 부분을 20개 은행에게 나눠주고요. 적극적으로 거래를 하면 그 쪽에서도 거래 비용을 깎아주거나 서비스 제공 질을 높여주니까 서로서로 좋습니다. -은행 쪽에서 알면 싫어할 수도 있겠습니다.(웃음) ▲전혀 아닙니다. 저희는 평가기준을 확실하게 알려줍니다. 우리가 이 은행을 이러한 기준으로 선택했다고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공정" 이죠. "우리 방침이 이러니까 이 은행을 선택한다. 당신들은 이 점이 부족해서 이번엔 안되겠다"고 말하면 은행에서도 훨씬 수긍하기 편할 겁니다. 실제로 "그럼 내년에는 이런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응답이 되돌아옵니다. 저희는 전혀 일면식이 없어도 능력만 있으면 어느 은행이라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화거래 뿐 아니라 채권발행 등 모든 자금거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평가기준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신다면. ▲아무래도 저희가 도움을 많이받는 은행을 가장 신뢰하겠죠. 저희 팀말고 포철의 다른 쪽에서도 은행과 여러 거래를 하니까 여러 평가기준이 있을 수 있어요. 은행 자체의 신용등급도 눈여겨보고요. 대충 5개 요소를 가지고 등급을 나눕니다. -파생상품도 거래하자는 요구가 들어옵니까. ▲자주 옵니다. 해외 본사에서도 직접 찾아올 정도니까요. 다만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부분은 상당히 신중해야 하기때문에 아직은 크게 활용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은행쪽에서 상품을 들고 오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우리의 요구(needs)를 모르고 가져오는 건 필요하지 않아요. 우선 우리가 요구하는 부분을 정확히 충족시키는 상품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파생상품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방법도 그런 것이겠죠. ◇위험관리는 영업외 손익변동을 최대한 줄이는 것 -위험관리의 본질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환산손익 규모의 최소화죠. 이익도 포함됩니다. -이익이 포함되는 이유는 뭔가요. ▲부채의 경우 환산익이 많이 나는 경우가 생기죠. 하지만 이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찌보면 헤지를 잘못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어요. 재무위험관리는 이익창출이 아닌 위험최소화에 집중해야 합니다. 영업외 손익변동을 최대한 줄이는게 고유목적이죠. 달리말해 최고경영진들이 마음껏 경영전략을 펼치도록 옆에서 보좌하는 겁니다. 투기거래는 아닌 것 같아요. 헤지를 투기거래의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되겠죠. -올해 환거래를 통해 200만달러의 수익이 났다고 하셨는데 그건 포철의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덕분이라고 보십니까. ▲물론 그런 점도 있겠지만 첫째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와도 지금 있는 딜러들처럼 잘할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저희 딜러들이 딜링을 상당히 잘 합니다. 적당한 수준의 정보종합 및 의사결정 능력, 타이밍을 스피디하게 맞추는 능력도 우수합니다. 딜러들에게 실적에 맞는 보상을 해주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니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다른 방법으로 해주고 있습니다. 유학이나 해외연수같은 방법을 통해서 말입니다. 달러/원 트레이딩을 담당하는 딜러는 곧 미국으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기위해 떠날 예정입니다. -연봉협상은 어떤 식으로. ▲아직 성과급 제도는 없습니다. 저희야 제조업체니까 거래에 주력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말씀드렸듯이 자연적 헤지가 제일 중요합니다.(웃음) -보직은 어떤 식으로 바뀌는 겁니까. ▲포철에서는 3년이상 근무하면 자동적으로 보직이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괜찮은 것 같아요. 한 업무만 하니까 지치니 변화를 꾀한다고 할까요. -너무 자주 바뀌는 것도 안 좋지 않은가요. ▲다른 업무부서의 일도 파악해야죠. 특히 저희 부서는 자금유출입을 관리하기 때문에 타 부서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아쉬웠던 거래는 없었습니까. 손실이 났다거나 ▲있었죠. 과감하게 하고싶은데 못할 때도 생깁니다. 하지만 딜링 자체가 본업이 아니니까 그런 일들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습니다. 그건 저희의 본분도 아니고요. ◇투명성은 자신있다..물량배분 원칙에 충실 -향후 업무계획은. ▲올해와 크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수지구조는 특별한 변동이 없는 편이라서요. 부채부분은 달러노출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 이 부분을 특별히 관리해야죠. 지금처럼 꾸준히 환차손익을 줄여나가는 건 앞으로도 저희 팀이 주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철강본업의 경쟁력을 최대화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니까요. 또 기업에서는 위험관리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셈이라 어깨가 좀 무거습니다. 이 시스템을 잘 사용해서 하나의 선례를 남기고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포철의 외화자금 관리가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외화자산이나 부채규모, 또 딜링규모가 상당히 크니까 일단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자신할 수 있는 부분은 투명성이랄까요. 무엇이든 깨끗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회사가 나쁘게 거래한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우리 나름대로의 물량배분 원칙, 카운터파트너인 은행들에 대한 크레디트 평가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의미입니다. -포철 입사 후 석박사 학위를 따셨군요. ▲영국 크랜필드 경영대학원에서 국제금융 전공으로 석사(MBA)를 땄습니다. 박사도 영국 맨체스터 대학원에서 전략경영을 공부했고요. -공부할 때는 어떠셨어요. ▲크랜필드는 케임브리지 바로 옆에 위치한 곳입니다. 영국으로 간 이유는 1년안에 석사학위를 딸 수 있는 곳은 유럽밖에 없어서였는데, 아주 유익했습니다. 좋은 경험을 많이한 것 같아요. 박사학위를 할 때는 분야가 심층적이고 학문적이어서 좀 달랐습니다. 아무래도 연구 중심이다 보니 차이가 있었어요. -외국어 능력이 상당하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냥 영어를 좋아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회장님 통역을 몇 번 했더니 와전된 것 같습니다. -특별한 전공선택의 계기가 있었습니까. ▲그냥 어렸을때부터 영어가 좋았고 자연스레 영문학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형님도 영문학도였고, 누님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시라 집안 분위기도 문학적이었어요. 한국에서도 원서를 통해 여러 문학작품을 접했지만 여기서는 원서로 읽어도 그 뜻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많았습니다. 영국에 가니까 "아 이게 바로 그 뜻이구나"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더군요. 영국목장에 가면 양들이 못 나가게 울타리를 밟고 올라서서 나가는 계단문이 있는데 이를 stile이라고 합니다. 이 단어의 실체를 직접 현장에서 보게 되니 얼마나 놀랍던지요.(웃음) (노연길 팀장 약력) 1954년 출생 (본적 경기 파주) 1973년 파주 율곡고 졸 1980년 중앙대 영문과 졸 1980년 포철 입사 영국 크랜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국제금융 전공) 영국 맨체스터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전략경영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