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m 밖 신음소리 들었다" 美국립공원 실종자 기적의 생존

by김혜선 기자
2024.09.08 19:21:37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노스 캐스케이드 국립공원에서 한 등산객이 실종된 지 한달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 등산객은 탈진한 채로 강가 인근에서 쓰러진 채 2주를 버텼고, 그의 신음소리를 멀리서 들은 자원봉사자가 극적으로 발견해 구조됐다.

실종자를 발견하고 체온 유지를 위해 옷을 덮어준 PNTA 회원들. (사진=Jeff Kish 페이스북)
7일(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로버트 쇼크(39)는 지난 7월 31일 국립공원에서 다른 등산객에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실종됐다. 당시 쇼크는 야영 등을 위한 장비를 갖추지 않은 모습이었다.

쇼크의 실종은 8월 3일 국립공원 관리자가 등산로 입구에서 그의 차량을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쇼크의 차량은 창문이 내려져 있었고 지갑도 차량 내부에 있었다. 쇼크의 반려견은 칠리왁 강 근처 등산로에서 약 12.8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8월 7일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사라진 쇼크를 찾았지만 방대한 국립공원에서 실종자를 찾을 수 없었다. 같은달 16일에도 쇼크의 반려견이 발견된 지점을 중심으로 집중 수색을 벌였지만 아무런 단서를 얻지 못했다.



쇼크를 발견한 이는 등산로 유지보수를 위한 비영리단체 PNTA의 회원이었다. 제프 키시 PNTA 대표이사는 지난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로버트는 살아서 발견됐지만 건강이 매우 나쁜 상태였다”며 “하루만 늦었다면 훨씬 더 비극적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시에 따르면, PNTA 회원들은 화재 등으로 훼손된 등산로 보수를 위해 10시간 이상 작업을 한 뒤 메인 캠프로 복귀하던 상황이었다. 장시간 작업으로 녹초가 된 채 칠리웍 강을 건너던 회원들은 ‘분별할 수 없는 어떤’ 소리를 들었다.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지만 이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근 강변 수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강에서 약 800m 떨어진 곳에서 쓰러져 있는 쇼크를 발견했다. 키시는 “그의 상황은 심각했다”면서도 정확한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그의 상태를 공개하는 것은 로버트 본인이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키시는 “로버트가 발견됐을 때는 그 자리에서 2주동안 움직이지 못했다고 한다”며 “이 일을 한 회원들은 그 어떤 것보다 뛰어난 일이었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충분히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