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대만·남중국해·올림픽 곳곳서 충돌…신냉전 우려 고조

by신정은 기자
2021.11.21 15:50:51

中군용기 대만 상공 무력시위…군사적 긴장
美 대만과 경제대화 발표…차별금지법도 제출
서방국,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논의
中-아세안 30주년 회의…시진핑 메시지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으로 회담하고 있다.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도 큰 효과가 없었던 것일까.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핵심이익이라고 부르는 대만 문제에 연일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동맹국들과 반(反)중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해 앞마당인 동남아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날 오후 중국 인민해방군의 Y-8 대잠기 1대, J-11 전투기 2대, J-16 전투기 2대가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AIDZ)에 진입했다. 대만군은 초계기 파견, 무선 퇴거 요구, 지상 방공 미사일 추적으로 대응했다.

이는 미국이 대만과의 ‘경제번영 파트너십 대화(EPPD)’를 오는 22일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일주일 만에 열리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대만을 국제통화기금(IMF)에 회원 자격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2021 대만 차별금지법’이 하원에 다시 제출됐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앤서니 곤잘레스 미국 연방 하원의원(공화·오하이오)과 앨 그린 미국 연방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은 지난 19일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공동 재발의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 15일 영상 첫 회담을 진행하며 양국 간 충돌 방지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한 양측간의 치열한 전략경쟁 구도는 아직까지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드 블랑셰트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센터 석좌 교수는 “단순히 만남이 성사됐다는 데 기대가 컸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양국 관계가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보여준다”며 “우리는 지금 완전히 새로운 미·중 관계 시대에 깊이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인 존 아퀼리노 해군 대장은 20일 한 안보포럼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고조되는 긴장과 중국의 강경해진 군사행동 속에서 더욱 긴박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동맹국과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ABC방송이 보도했다.



사진=AFP
미국은 동맹국들과 힘을 합쳐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르면 내년 봄 취임 이후 처음 일본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이 참여하는 ‘쿼드’의 두 번째 대면 정상회의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요미우리신문은 21일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 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일이 성사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동맹체 성격을 띠는 쿼드는 지난 3월 첫 정상회의를 화상 방식으로 개최한 뒤 9월에 워싱턴DC에서 대면 정상회의를 열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내년 2월 개최 예정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선수단만 파견하는 외교적 보이콧(diplomatic boycott)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일 영국 더타임스는 영국 정부 내에서 현재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과 관련한 ‘적극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검토 여부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것(Something we’re considering)”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만약 실제로 보이콧이 이뤄진다면 신냉전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과거 1980년대 미소 냉전 시기 양 진영이 모스크바 올림픽과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각각 보이콧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 동남아 국가에서 우군 찾기에 나선다. 시 주석은 22일 중국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대화 관계 구축 30주년을 기념하는 영상 정상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다. 시 주석은 회의를 통해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도모함으로써 동남아가 중국 포위를 위한 미국의 외교 행보와 거리를 두도록 하는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도 정상회의에서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동맹 외교 반대 등을 강조하는 한편 아세안 국가들이 미국 중심의 대(對) 중국 압박 그룹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 간에 영유권 갈등이 걸린 남중국해 문제에서 ‘당사자 주의’를 강조해 미국의 개입을 배제하고,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지지를 확인할 전망이다. 아울러 서방국의 ‘외교적 보이콧’ 검토에 맞서 시 주석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각국 정상들을 초청하는 메시지를 낼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