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비교섭단체 대표발언

by박수익 기자
2014.02.10 10:50:47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에서 “교섭단체제도라는 정치적 갑을관계, 불공정한 특권 폐지 없이 정치개혁은 생각할 수 없다”며, 현행 국회 교섭단체제도의 폐지를 강조했다.

심 원내대표는 또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전환과 위기관리를 위한 경제텀의 전면 쇄신을 촉구하면서 “부총리,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등 경제팀을 전면교체하고 책임있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전환을 위해 △근로자의날을 노동절로 바꾸는 법 개정 △선진국처럼 노동법·노사관계등 노동분야를 정규교육으로 편입 △정리해고 남용 방지 위한 법 개정 등을 제시했다. 또 국회 내에 사회적 타협을 도모하는 ‘사회경제전략 대화’(가칭)를 구성, 실종된 사회적 대화와 협력을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정치인이 되기 이전에 25년 청춘을 줄곧 노동운동에 몸담아 왔습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파업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10여 년 동안 지명수배를 받았고, 만삭의 몸으로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은 얼마나 강한 이념의 소유자였으면 그 고된 삶을 다 감당했느냐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노동운동을 시작한 것은 이념 때문도, 저 개인의 명예나 영달을 위해서도 아니었습니다. ‘노동’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순간 불온한 사상범으로 낙인찍히고 산업역군이라는 미명아래, 노동자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부조리한 현실이 저를 노동운동으로 이끌었습니다.

모든 인간은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누구든 노동을 통해서 자아를 실현하고,자신이 흘린 땀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을 때 행복할 수 있습니다. 저의 노동운동 25년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소박한 바람과 행복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치인으로서 1,700만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대표하는 일에 소명의식과 강한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노동권은 헌법상 기본권이며, 이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임무가 되어야 합니다. 노동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길이자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우리 정치에서 불편한 진실 한 가지를 말하고자 합니다. 발전한 산업국가일수록 노동의 중요성은 큽니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수준의 산업국가인 대한민국의 주요 정치지도자들은 노동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신의 통치비전을 약 800여개의 깨알 같은 주제어로 말하면서, 노동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노동이라는 단어는 주요 국가의 정상들이 사회, 경제, 민주주의에 대해 말할 때, 빠뜨리지 않는 중요한 정치 언어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총리도 다 같은 인민”이며 “나는 여러분이 고용한 노동자”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강한 노동조합 없이는 강한 중산층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경제위기 과정에서 희생을 감내한 노동자들이 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변변하게 내다팔 부존자원도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경제대국, 세계 최고수준의 산업국가가 되는 데는 노동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노동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곁가지가 아니라 적통입니다. 그럼에도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노동과 노동문제에 대해 말하는 데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런 일입니다. 노동이 이념의 언어라는 편견이야 말로 편견입니다. 노동은 만국공용어이자 세계시민의 언어입니다. 노동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의 전환을 촉구합니다.

동시에 여야 의원님들께 제안합니다. 우리 정부는 온 세계가 노동절로 부르고 있는 5월 1일을 아직 ‘근로자의 날’로 고집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는 법 개정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자기 이름을 돌려줍시다. 아울러 노동에 대한 바른 인식은 민주시민 양성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시민의 행복추구를 위해서 노동의 가치를 배워야 합니다. 이미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노동을 정규교육의 일환으로 가르쳐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노동윤리, 노동법, 노사관계, 노동인권 등 민주주의와 경제의 기초를 이루는 노동이 이제는 정규교육으로 다뤄져야 합니다.

사법부의 쌍용자동차 복직 판결, 이제는 정치권이 나서야 합니다. 지난 금요일 서울고등법원은 쌍용자동차 해고무효소송에서 정리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려 생사를 넘나든지 1,341일 만에 일입니다. 24명의 해고자와 그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모진 세월 후의 일이기는 하지만, 이 판결은 참으로 값진 것입니다. 그동안 쌍용자동차 해고 문제 해결에 앞장서온 한 사람으로서제가 이번 판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절규해 온 그들에게 사법부가 헌법적 가치에 대한 믿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사법부에 이어 정치가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현행 정리해고법은 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제안했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2년 만에 IMF 구제금융 조기 졸업이 선언됐음에도 이 정리해고법은 십 수 년간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담시키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되었습니다. 이런 부당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정치권이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책임을 방기해 온 동안 노동자들의 한은 쌓여만 왔습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리해고 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정리해고법을 개정하는 데 여야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최근 쌍용자동차 해고무효 판결을 비롯해 통상임금, MBC 파업 등 사법부의 전향적인 판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오랜 기간 정경유착, 노동배제적 노사관계는 오늘의 시대정신과 더 이상 부합할 수 없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제는 기업도, 정부도 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노사관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제민주화도, 양극화 해소도, 복지국가, 민주주의도 불행한 노동 앞에 멈춰 서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 속에서 월급을 올리는 경제가 아니고서는 내수를 진작할 수도, 성장을 담보할 수도 없습니다. 양극화 문제도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경제주체 간에 힘의 균형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갈등조정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노사관계 개혁은 고통이 따를 수 있지만, 이 고통은 대한민국이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해 따르는 성장통입니다. 이제 오랜 정경유착, 노동배제 정치와 단절하고 공존의 노사관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통상임금 문제, 노동시간 단축문제, 비정규직 문제, 공공부문 개혁 등 노사정간에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조정해야 할 이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 노사정위원회의 기능은 사실상 정지 상태이며,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배제 정책이 낳은 결과입니다. 이제 공존의 노사관계를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저는 이번 2월 국회에서 시급한 현안들을 논의하고 사회적 타협을 도모하는 국회 내 「사회경제전략대화」 구성을 제안합니다. 국회가 나서서 실종된 사회적 대화와 협력을 복원함으로써 경험과 신뢰를 쌓을 때, 사회경제전략대화는 중앙 및 지방정부 기구의 위상으로까지 발전되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노동계에도 제안드립니다. 노동운동도 이제 변화해야 합니다. 이번 철도파업은 노동운동에 새로운 길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철도 민영화의 중단이라는 시민적 이익에 앞장선 노동조합에게 국민들은 시민들의 발을 묶는다는 비난 대신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공익적 과제에 책임 있게 나서고 민주주의 틀 내에서 노동과 시민이 함께 만나게 될 때, 노동운동도 얼마든지 시민의 호민관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고 국가 정책의 물꼬도 바꿀 수 있는 준정부적 능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번 철도파업이 보여준 경험을 교훈 삼아 사회책임 노동운동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노동조건 향상이라는 실리적인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이제 노동조합이 사회경제 개혁의 주체로서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와 연대를 강화하고 노조조직률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키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합니다. 이러한 실천적 연대를 바탕으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힘을 모으기 위한 통합의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경제정책 기조 전환과 위기관리를 위한 경제팀의 전면 쇄신을 촉구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글로벌 금융불안 시기에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이 미덥지 못한 5가지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박근혜노믹스라는 것이 있는 것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을 할 때는 경제민주화라고 했다가취임하고서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로 바꾸더니, 갑자기 6월이 지나고서는 경제활성화로, 2014년에 들어와서는 비정상의 정상화로 국정철학, 경제정책 방향을 계속 바꾸고 있습니다. 지금도 대통령을 비롯한 책임 있는 주요 인사들이 새로운 개념과 단어들을 계속 쏟아 붓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간명하게 알려주어야 할 국정 슬로건이 너무 자주 바뀌는 탓에 이 정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습니다.

차라리 6년 전처럼 ‘줄푸세’라고 하는 것이 더 간명합니다. 이래서야 어떻게 경제주체들이 예측가능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비정상의 정상화’에는 기존에 내세웠던 경제 아젠다 모두 묶여 들어가 있습니다. ‘창조경제’는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내수활성화’는 필요하긴 한데, 국민기초생활과 직결된 서비스 부문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하니 상호충돌이 불가피합니다. 무엇이 목표이고, 어떤 것이 수단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정책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제공과 의사결정을 누가 하는지 혹시 아시는 분 있습니까? 경제부총리입니까, 경제수석입니까, 대통령 비서실장입니까, 아니면 시중에서 이야기되는 문고리 권력입니까? 어느 누구도 ‘이 사람이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세계경제는 위기의 일상화, 장기침체 국면으로,한국경제는 끊임없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부의 위험요소를 제거하면서정부정책의 일관성 및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위기관리의 핵심이자 경제활성화의 키포인트입니다. 신년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언급했는데, 보도에 따르면, 정작 경제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경제정책 과정에서 소외된 허수아비 부처를 누가 신뢰하겠습니까? 컨트롤 타워의 부재, 한국경제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단지 카드사태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총리,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등 경제팀을 전면 교체하고 책임 있는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합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tapering) 여파로 전 세계경제가 출렁거리고 있습니다만, 정부는 그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상호연계성(interconnected) 높은 글로벌 경제에서나 혼자 펀더멘탈이 좋다고, 똘똘하다고 우기는 것은 위험합니다. 한국경제는 전체 수출의 46%가 신흥국 수출일 정도로신흥국가들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고, 금융시장은 어떤 신흥국보다도 자본의 유출입이 자유롭습니다.

이러한 변화된 환경 속에서 신흥국들이 위기에 빠지면, 한국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은 둔화되어,바로 한국경제에 위험이 전염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양호한 펀더멘탈 때문에 자본유출은 제한적일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2008년도 글로벌투자자의 ATM(현금자동인출기) 역할을 하였던 것과 같이 한국 금융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매우 취약해 질 수 있습니다.경제위기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안이한 경제정세 인식이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은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입니다. 가계부채는 1,000조를 넘었습니다. 현재 국내 1,501개 비금융 상장사 중 부채가 많은 300개 기업의 부채비율은 279.2%에 달합니다. (2013년 6월 현재)삼성, 현대 일부 재벌대기업을 제외한 기업들과 가계는 이자내기도 버거워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경제는 내수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는데,정부는 임금인상과 유효수요 창출이 아닌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활성화에 올인하겠다고 합니다. 특히, 교육·의료영리화는 국민 기초생활의 금도를 넘어선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불안 상황에서는 거품정책이 아니라 LTV, DTI 강화와 같이 부실을 걷어내는 경제안정화 조치가 필요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를 창조경제와 시간선택제 일자리, 장시간 노동관행 개선,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 등노동시장 정책으로 달성하겠다고 합니다. 노사관계 정책 없는 고용정책은 허당에 불과합니다. 오리무중 창조경제는 그렇다 하더라도 노사관계 없는 노동시장 정책이 어떻게 성립하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이 모든 노동시장 과제들은 정부의 의지만으로 달성될 수 없습니다. 공존의 노사관계와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고용 정책으로 대전환을 촉구합니다.

지방선거제도개혁은 비례대표제 확대, 중대선거구제 복원이 핵심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개특위가 연장되었습니다만, 정당공천폐지 문제로 여전히 공전 중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의 일부 후보들이 국민의 정치 불신에 편승해, 기초의회 정당공천 폐지를 너도나도 내건 이후 공천제 폐지가 마치 정치개혁의 핵심인 양 오도되었습니다. 2003년 ‘정당표방 금지’ 위헌 결정으로 정당공천제를 도입한 후 겨우 두 번의 선거를 치렀을 뿐입니다. 문제가 제도인지, 정당인지 따져보지도 않은 채, 법부터 바꾸자는 것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분명히 해둘 것은 지방정치의 발전은 오히려 정당공천제와 더불어 도입된 비례대표제와 중선거구제에 의해 이루어져왔습니다. 여성·소수정당·시민사회 등 다양한 참여를 확대시켜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시켰습니다.

성과 없는 정쟁은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우선, 새누리당은 공천제 폐지 대선 공약 파기를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합니다. 집권당이 대선공약을 이제와 뒤엎는 것은 책임성을 내던지는 행위입니다. 민주당과 새정추에도 말씀드립니다. 저는 공천은 정당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공천제 폐지가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라고 생각한다면 입법 이전이라도 공천 폐지를 정당의 책임으로 선언하고 실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빨리 정개특위를 정상화해 비례대표 30%, 중대선거구제 복원, 복수공천제 금지 등실효성 있는 결론을 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에게 책임 있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시민의 정치적 대표체인 정당들 사이의 관계는 동등해야 합니다. 다수당과 소수당은 있어도 높은 당과 낮은 당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국회의 교섭단체제도는 당의 크기에 따라 당의 높낮이를 가릅니다. 입법부 위에 또 하나의 입법부를 두는 격입니다. 제가 지금 정당의 대표로서 연설을 하고 있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 대표의 말씀은 대표 ‘연설’이고 저의 연설은 그냥 대표 ‘발언’으로 되어 있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표연설은 모든 국무위원을 출석시키고 시간도 40분입니다. 그러나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은 시간이 15분으로 제한되어 있고, 모든 국무위원이 출석하지도 않습니다. 300명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상의 동등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정책설명의 기회를 모든 정당에게 동등하게 보장하듯이 국회 내 정당들이 자신의 정책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는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정당 국고보조금·정당운영지원금의 경우, 더 기가 막힙니다. 총액의 50%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우선 나눠 갖고, 나머지 50%는 양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이 의원 수 비례로 나눕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 가운데 하나가 소수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시민들에게도 상박하후(上薄下厚)는 미덕이자 상식입니다. 내 것은 내 것, 네 것도 내 것이라는 교섭단체 논리는 조폭논리와 무엇이 다릅니까. 교섭단체들은 국회 운영의 효율성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국회는 집행효율을 따지는 곳이 아닌 국민의 뜻을 대의하는 곳입니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이유도 민의를 책임 있게 대의하기 위해서 입니다. 국회의 운영원리는 효율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잘하는 것입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회 교섭단체라는 부당한 기득권을 붙들과 민주주의와 헌법, 시민의 상식에도 맞지 않는 갑의 횡포를 휘둘러왔습니다. 이것은 소수당의 설움으로 치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불공정한 경쟁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와 정의에 관한 문제입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동료의원 여러분! 국회 내에서조차 민주주의에 반하는 이런 불공정에 대해 시정하지 않는다면,과연 우리가 말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확신은 공허할 것입니다. 교섭단체제도란 정치적 갑을관계, 불공정한 특권의 폐지 없이 경제적 갑을관계 청산이나 정치개혁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교섭단체폐지를 통한 국회민주화에 동료 의원님들의 동참을 기대합니다.

선거 때만 되면 특권폐지와 정치개혁론이 홍수를 이룹니다. 정치개혁 경쟁 좋지만 말만 쌓이고, 실천이 없는 것은 문제입니다. 정치개혁은 서로 마주 앉아야 하고, 협상하고 타협해야 실현될 수 있습니다. 말로만 제안하는 공약이 아니라 실현계획이 공약되어야 합니다. 이 시기 정치개혁의 근본과제는 낡은 거대양당 독점체제를 해체하는 것입니다. 단순다수대표제, 영호남 지역주의, 교섭단체제도는 오랜 세월 양당체제를 유지시켜온 불공정하고 부당한 3대 특권입니다. 거대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이미 낡았습니다. 국민이 갑이 되는 정치를 위한 저와 정의당의 노력은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설사 그것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해도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각 정당, 정치인, 시민사회 등을 망라해 정치혁신 세력의 연대에도 적극 나설 것입니다. 아울러 저는 정치개혁을 지속하기 위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상설화를 제안합니다. 또한 정치개혁에 대한 정당들의 인식 공유와 과제 설정, 대안 마련을 위한 제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분기별 정치개혁 대토론회를 제안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총리가 저의 초청으로 내일부터 2박3일 동안 한국을 방문합니다. 지금처럼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총리를 지낸 일본의 원로 정치지도자가 갈등 당사국인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번 방한은 한일관계의 미래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무라야마 전 총리의 큰 결단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총리로 재임 중이던 지난 1995년,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실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이 담화는 일본 정부의 첫 공식 사죄이자, 평화로운 한일 관계, 나아가 평화로운 아시아를 향한 첫 이정표였습니다. 이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으로 이어지며,아베 정권 이전까지 한일 양국이 큰 맥락에서 평화와 협력의 길을 이어오는 토대가 되었습니다.무라야마 전 총리의 이번 방한이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재정립을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합니다.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들께서 무라야마 전 총리 일행을 세계시민으로서의 예의와 존중으로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부 채널을 통한 외교적 해법이 없을 때 의원외교는 특히 중요합니다. 저는 이번 초청이 양국 간 외교의 다양성과 긴밀함을 증진시키는 의회·의원·정당 간 다차원 외교로 발전되기를 희망합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취임 후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야욕을 드러내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감행하는 등 극단적인 우경화 행보를 거듭하며, 한일관계를 악화시키고 동북아 지역을 긴장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 같은 아베 총리의 행보는일본 보수 세력들이 지향해 온 ‘보통국가’의 수준조차 넘어서는 것으로, 동아시아 지역 내 갈등과 분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아베 정권이 한일관계 정상화와 동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을 진정 원한다면, 과거 일본이 자행한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통렬히 반성하고 사죄라는 역사인식부터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에 촉구합니다. 외교도 정치입니다. 신념만으로는 성과를 내지 못합니다. 일본 아베 총리가 현실이 아니라 실현 불가능한 신념에 집착하는 한당장 정부 차원의 한일관계 정상화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도쿄로 가는 길이 꼭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워싱턴, 베이징, 모스크바, 그리고 평양도 있습니다. 특히, 사회·경제 분야는 동아시아 국가를 거쳐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제 한일관계는 양국의 이익을 넘어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틀 내에서 재정립되고 모색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자회담 복원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한편,‘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구체화하여 지역 내 ‘평화 촉진자’가 될 것을 촉구합니다. 동시에 경제 및 환경·생태, 인권 분야를 포괄하는 ‘동아시아 사회·경제 협력구상’을 제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현재 한·일 및 중·일 간 갈등이 고조되고, 북핵을 둘러싼 안보불안이 상존하고 있음에도,동아시아 국가 간 깊은 사회·경제적 상호의존성은동아시아 공동이익과 발전을 위한 협력의 토대입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시대에 국가 간 주도권 경쟁보다는 경제협력을 통해 더 많은 공동이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초국가적·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에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기후변화, 황사, 전염병, 핵발전소의 안전문제 등환경?생태 분야의 협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특히, 아동노동의 금지, 최저임금 등 이주노동 정책 및 노동인권문제에 대한 공동의 인권협약을 마련하여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등고망원(登高望遠)의 자세로 동아시아 지역 내의 갈등온도를 낮추고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대담하고 창의적인 동아시아 구상을 마련할 것을 박근혜 정부에 촉구합니다.

이제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에 대한 특검은 불가피합니다.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축소·은폐를 지시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무죄판결은한마디로 사법적 국기문란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채동욱, 윤석렬 찍어 내리기 이후, 교체된 수사팀과 검찰은 제대로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정권의 눈치를 살핀 재판부의 무죄판결에 국민들은 결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특검뿐입니다. 국민의 분노가 정권의 위기로 비화되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즉각적인 특검수용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합니다.

‘남양유업사태 방지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로 ‘乙’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했던 경제민주화 입법은 이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렇다고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및 횡포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재벌들과 대기업들은 갑을관계의 불공정한 거래를 근절하고, ‘을’과의 성실한 대화에 나설 것이며, 중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끝나자 성실한 대화는 고사하고 교섭을 파기하는가 하면, 유통재벌들은 공식적으로 도매업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양유업사태 방지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회에서 처리하여 ‘을’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합니다. 정의당은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를 위한 법률안’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 개정 법률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정례화 되어야 합니다. 다음 주 20∼25일에는 이산가족의 상봉이 있습니다. 정부당국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이 차질이 없도록 마지막까지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시길 당부합니다. 정치·군사적 외풍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정례화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적극 협력할 것을 남북당국에 촉구합니다.



지난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께서는 ‘한반도통일평화협의체’를,민주당 김한길 대표께서는 ‘통일시대준비위원회’를 제안하였고, 저 역시 지난해 6월 국회연설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사회통합을 위한 ‘평화를 위한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또한 여야 대표님께서는 ‘국가미래전략기구’ 설치, ‘사회적대타협 위원회’ 구성을, 오늘 저는 ‘국회주도의 사회경제전략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저는 여야 대표님들의 제안을 환영합니다. 국민이 참여하는 중장기적인 통일정책 수립과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정치권이 인식한 것인 만큼이제는 차이가 있더라도 곧바로 실천해야 합니다. 한쪽이 제안하면 다른 한쪽은 무조건 반대하는상호 배제적인 정치가 아닌,내가 옳으면 상대방도 옳을 수 있고, 상대방이 틀리면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인정과 공존의 정치로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해 나갑시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한해는 정의당에게 성찰과 혁신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지금 정의당에서는 더 넓고, 더 아래로부터 국민의 말을 경청하고, 국민과 함께, 국민을 위한 진보로 거듭나는조용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가난하다고 해서 그 꿈까지 가난하지 않듯이, 비록 정의당이 원내 5석의 작은 정당이지만, 국민들을 위한 마음과 꿈까지 작은 것은 아닙니다. 국민 여러분!‘노동존중 사회’, ‘따뜻한 복지국가’를 선도하는 정당 정의당의 노력을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바랍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