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정치인 2세 `총선 성적표 까보니…`

by양효석 기자
2008.04.10 10:41:03

정몽준.문국현, 거물 상대방 제압..정치적 위상 높여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이번 18대 총선에서는 국회 진입을 시도한 기업인과 정치인 2세 출신들에 대해서도 세인의 관심이 높았다.
 
개인적 역량이 득표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지역별 정당 선호도에서 당락이 크게 좌우된 분위기다.

◇CEO 출신 한나라 후보, 여당 프리미엄 수혜

우선, 기업인 출신 중에는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와 유한킴벌리 사장 출신인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정치 거물들과의 일전에서 괄목할 승리를 거뒀다. 정 후보는 서울 동작을에서 대통령 후보였던 통합민주당 정동영 의원과 겨뤄 4만7521표(54.4%) 득표로 압승, 차기 당권을 노릴 정도로 정치적 위상을 높였다.
 


대선에서 힘든 싸움을 한 문국현 후보(사진)도 서울 은평을에서 대운하 반대론을 펼쳐 재기에 성공했다. 대운하 전도사이자 MB정권 초실세인 이재오 의원과 힘겨루기를 해 4만8656표(52.0%)를 얻었다.

10년만에 정권을 탈환한 여당 프리미엄을 업고 CEO 출신들을 다수 포진시킨 한나라당의 전략도 먹혔다.

김성회 삼원토건 회장은 경기 화성갑에서 2만5808표(46.3%)로, 구본철 텔넷웨어 회장은 인천 부평을에서 3만8436표(43.5%)로, 이종혁 세계나무교육 대표는 부산진을에서3만3360표(53.9%)로, 강석호 삼일그룹 회장은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에서 3만9344표(50.4%)로 각각 당선됐다.

하지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친동생이기도 한 김호연 전 빙그레그룹 회장은 충남 천안을에 출마했다가 충청도 지역기반이 강한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강기윤 일진금속 대표도 경남 창원을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게, 이종영 세아제강 대표도 전북군산에서 통합민주당 강봉균 후보에게, 권용범 VNK네트웍스 대표도 대구 달서을에서 박근혜계 탈당파로 무소속 출마한 이해봉 후보에게 밀렸다.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기업인 출신들은 이번 총선에서 쓴 맛을 봤다.

통합민주당 후보로 나선 조이환 교연학원장은 충남 보령서천에서 자유선진당 류근찬 후보에 밀렸고, 정직 네오플럭스 대표도 서울 송파갑에서 한나라당 박영아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자유선진당 신대철 전 코카콜라아시아 영업대표도 서울 강남을에서 한나라당 공성진 후보에게 졌다.

대표적인 IT기업 출신인 이용경 전 KT 사장은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1번에 이름을 올리면서 당선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000년부터 KT 사외이사였던 문국현 당시 유한킴벌리 사장과 인연을 맺어왔다.
 
◇정치인 2세도 선전..DJ 차남 텃밭서 고배 `이변`

정치인 2세중 최대 이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의원의 탈락이다. 
                                                                                                                             
김 의원은 '아버지의 고향' 전남 무안·신안 선거구에서 통합민주당 황호순 후보, 무소속 이윤석 후보와 3파전을 벌였다. 하지만 결국 이윤석 후보가 승리했다. 이 후보는 인구가 더 많은 무안 출신인 데다, 신안 출신의 김홍업·황호순 두 후보가 표심을 반분한 것이 이변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김진재 전 의원의 아들이자 한승수 국무총리의 사위인 김세연 후보는 부산 금정에서 무소속으로 나서 6만3806표(64.8%)로 당선됐고, 5선을 지낸 고 유치송 전 민한당 총재의 장남 유일호 KDI교수(사진)도 서울 송파을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와 3만9089표(62.0%)로 금배지를 달게됐다.

이밖에도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인 한나라당 친박계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과 이중재 전 의원의 아들 이종구 의원(강남 갑), 남평우 전 의원의 아들 남경필 의원(수원 팔달)도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