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배사 국내수익 미국만 배불린다
by스포츠월드 기자
2006.07.04 11:12:37
[스포츠월드 제공] 할리우드 직배사는 한국 영화의 ‘공적’이다.영화인들은 직배사들이 한국 영화의 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대체 직배사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길래, 영화인들과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들에 대한 걱정의 시선을 보내는 것일까. 스크린쿼터 축소 시행과 맞물려 이들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직배사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고스란히 미국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시네마서비스 등 한국의 투자 배급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올린 수익을 다시 영화에 재투자하는 반면, 직배사들은 한국에서 번 돈을 우리 영화 시장에 재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 날려보낸다.
김형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사장은 “직배사는 국내 영화계에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다. 국내 영화 시장에서 번 수익을 국내에 다시 돌리는게 하나도 없다”며 직배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두번째 문제점은 ‘블록 부킹’을 하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직배사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들여오면서 동시에 질이 떨어지는 다른 영화를 끼워파는 ‘블록 부킹’을 한다. 이러니까 한국 영화가 정상적으로 상영되지 못하고, 일일 3회 등 변칙적으로 상영이 된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스크린쿼터 축소로 할리우드의 끼워팔기 전략이 더욱 심해질 전망에 영화인들의 우려는 더욱 더 커지고 있다.
세번째, 직배사는 한국 시장에서 마케팅 비용만을 쓴다. 나머지 비용들은 거의 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영화는 다르다. 제작비 등 ‘원가’가 엄청나게 들어간다. 경쟁 자체가 처음부터 공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거기에 직배사는 엄청난 자본을 등에 업은 영화가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물량’에 대한 부담도 적다. 시네마서비스 제작투자팀 김동현 실장은 “직배사는 대리점의 형태를 띠고 움직이는거다. 인터내셔널 마케팅을 등에 업은 할리우드 영화를 미국에서 들여오기만 하는 직배사를 두고 한국 영화가 맞대응을 하는 것은 마케팅 비용 등 사실상 어려운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래저래 한국에 뿌리를 둔 직배사들이 바로 한국 영화를 죽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 연간 제작 10편뿐… 대만 방화 상영률 1%도 안돼
직배사 횡포로 자국영화 붕괴된 국가
한국의 스크린쿼터 제도와 유사한 자국영화 보호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대략 10여 개 국이다. 이들 국가들은 외국영화의 상영일수를 제한하거나 수입 자체를 규제하기도 한다.
멕시코는 이러한 스크린쿼터 제도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자국영화 산업이 활성화된 국가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93년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체결 당시 문화를 협상대상에서 제외시키지 못하고 한국과 같이 스크린쿼터를 축소하기로 한 멕시코는 30%로 시행되던 자국영화 스크린쿼터 비율을 매년 5%씩 축소, 1998년에는 완전히 폐지했다. 결과적으로 1990년대 들어 연간 50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하던 멕시코 영화산업은 10편 미만으로 줄어들고, 시장점유율도 한 자리 수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영화산업이 사실상 붕괴하자 멕시코 정부는 다시 스크린쿼터 비율을 늘리기 위한 입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자국영화 상영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정복당한 이후에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했다.
대만은 아예 자국영화 산업 자체가 붕괴했다. 스크린쿼터를 폐지한 대만은 자국 영화 상영률이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게다가 할리우드 직배사들의 횡포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자국영화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결국 대만영화는 몇몇 감독들에 의해 해외 영화제나 특별전 등을 통해 해외에서 상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경쟁체제를 도입해 자국 영화 보호정책이 없는 영국도 현재 할리우드에 배급 및 상영권 대부분을 내준 상태. 많은 영국 영화들이 미국배급사와 극장 체인에 밀려 반짝 상영되거나 상영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창고로 직행하고 있다.
직배사 충무로 침략기
1988년 UIP 첫 상륙
상영저지 투쟁으로
한때 극장 휴관도국내에 직배사가 처음 설립된 것은 1988년이었다. 당시 파라마운트·유니버셜·MGM·UA사 등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 4개가 연합해 설립한 UIP는 추석을 맞이해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위험한 정사’를 한국에 들여왔다.
이는 미국이 1985년부터 미국 통상법 310조를 동원해 한국을 불공정 무역국가로 낙인을 찍은 다음 1987년 한국의 영화법을 개정시키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허가제였던 영화사 설립 조건을 등록제로 전환시켜 누구나 국내에 영화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외국 영화를 수입한 후 그 수익금으로 한국 영화를 제작해왔던 영화인들은 UIP의 등장에 즉각 반발했다.
영화사의 권익단체인 영화업협동조합은 직배 상영 저지를 위한 모임을 만들었다. 여기에 감독협회를 비롯 전국 각지의 재야단체도 적극 가담했다.
국내 영화인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힌 UIP는 결국 ‘다이하드’의 개봉일에 서울의 모든 극장이 문을 닫는 사태까지 겪어야 했다. 영화들이 UIP의 한국 상륙에 반대하며 극장의 휴관을 주선한 것이다.
직배사 반대 투쟁은 극장을 둘러싸고 더욱 거세졌다.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한 극장의 입장에서는 직배사 영화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고, 이는 국내 영화인들과의 첨예한 대립을 불러왔다.
결국 1989년 미국 영화 ‘레인맨’을 상영 중이던 강남의 씨네하우스 극장 객석에서는 뱀을 넣은 자루와 염산병이 발견됐다. 이후 극장 방화 사건도 일어났다.
이같은 국내 영화인들의 반발은 1990년 ‘사랑과 영혼’이 크게 성공하자 자연스레 주춤했다.
전국에서 약 450만명을 끌어모은 ‘사랑과 영혼’은 직배 영화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이후 워너 브러더스, 월트디즈니, 컬럼비아 트라이스타, 20세기 폭스 등 메이저 영화사가 국내 영화계에 속속 안착해 할리우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들 146일 마지막 외침
대부 임권택 감독 1인 시위
150명 영화인 광화문 집결 |
임권택 감독이 3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영화인 1인시위의 마지막 146번째 주자로 나섰다. |
광화문 1인시위 마지막 날인 3일 영화인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3일간 한국영화 제작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이날 영화인들은 또 다른 ‘총력투쟁’의 씨앗을 뿌렸다.
앞서 145일간 꾸준히 1인시위를 펼쳤던 150여명의 영화인들은 이날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한국 영화의 ‘대부’ 임권택 감독의 146번째 1인 시위에 동참했다.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된 대규모 시위에서 영화인들은 각자 자신들이 들고 나왔던 피켓을 높이 치켜들고 ‘스크린쿼터 사수’를 외쳤다.
지금까지 1인 시위에 참여했던 배우들은 안성기, 장동건, 최민식, 이준기, 전도연, 김혜수, 문소리, 박중훈, 박해일, 황정민, 강성연, 공현진, 김부선, 유지태, 봉준호 감독, 이준익 감독, 심재명, 김미희, 최용배 등 배우 감독 제작자 150여명.
이들은 지난 146일간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곧 광화문 앞을 지켰다.
1인시위의 ‘대미’를 장식한 이날도 이들 영화인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광화문 시위현장에 참석, FTA를 추진하는 한국과 미국 정부를 동시에 규탄했다.
지난 2월 4일부터 7월3일까지 이어진 스크린쿼터 1인 시위는 축소되기 전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에 해당하는 스크린쿼터 현행 일수인 146일 동안 진행됐다.
2월4일과 7일의 영화인 집회, 4월1일 문화연대축제, 4월15일 한미 FTA 범국민대회 등 4일을 제외하고 날마다 서울 광화문에서 영화인들의 피켓 시위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