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백종훈 기자
2005.12.23 14:25:00
논문조작 대부분 사실..바꿔치기 의혹은 `검찰로`
중징계 피하기 어려워..피조사 신분은 `자진사퇴` 불가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서울대 줄기세포 연구진위 조사위원회가 23일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서 황우석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스誌 논문을 `고의적 조작`으로 결론내렸다.
이에따라 황 교수팀이 과연 무엇을 조작했는지, 황 교수팀의 거짓해명은 어떤 것들이었는지, 바꿔치기 의혹은 어떻게 정리될지 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황우석 교수가 어느 정도 수위의 징계를 받을지, 향후 줄기세포 연구팀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등도 초미의 관심사다.
조사위는 황 교수팀이 논문을 통해 11개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주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논문이 투고·심사될 시점인 지난 3월15일에는 2·3번 세포주 2개만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논문의 11개 줄기세포주 실험데이터는 모두 세포주 2개로 만들어낸 데이터라는 것. 적어도 논문과 관련해 9개의 줄기세포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논문의 DNA분석 데이터도 조작됐다.
조사위는 황 교수팀이 2005년 논문에서 환자 체세포의 DNA와 줄기세포 DNA가 일치한다고 했지만, 조사결과 9개의 줄기세포는 DNA 일치여부를 검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황 교수팀이 9개의 줄기세포 대신 환자의 체세포를 두 개로 나눠 각각 줄기세포와 환자 체세포라며 분석을 맡겨 조작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또 줄기세포 생성에 사용된 난자 갯수도 논문과 차이가 컸다.
노정혜 연구처장은 "2005년 논문에서는 185개의 난자에서 11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조사결과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난자가 사용됐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황 교수팀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중 하나가 `높은 성공률`이었음을 고려하면 치명적인 조작이라는 얘기다.
이외에도 황 교수팀은 올해 논문에서 7개의 줄기세포주에서 테라토마가 형성됐다고 했고 추후 3개로 정정했지만, 사실은 2개의 테라토마만 형성됐다고 조사위는 덧붙였다.
노정혜 연구처장은 줄기세포 유무에 대한 질문에 "2개의 세포주가 줄기세포가 맞는지 DNA지문분석을 의뢰했다"며 "황 교수팀이 논문 게재이후 새로 해동·배양하고 있다는 5개에 대해서도 DNA지문분석을 맡겼다"라고만 답했다. 적어도 DNA지문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줄기세포가 있다, 없다`를 단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사위는 신중한 결론을 위해 3개 외부전문기관에 DNA지문분석을 의뢰했으며, 오늘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서 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따라서 줄기세포 유무에 대해서는 DNA지문분석 결과가 나올 내주 초까지 기다려봐야 한다.
한편 줄기세포 존재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황 교수측에서 제기한 `바꿔치기 의혹`에 대한 결론이 필수다. 초기 단계에서 바뀌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DNA분석 결과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황우석 교수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초기 단계에서 서울대의 복제배아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와 바꿔치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또 황 교수측은 어제(22일) 오후 늦게 서울 중앙지검에 정식 수사요청까지 한 상태다. 황 교수팀은 남은 줄기세포가 DNA분석에서 미즈메디 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판명되거나, 환자 체세포와 불일치될 경우 `바꿔치기 의혹`을 거듭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줄기세포 유무논란은 자칫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끝나는대로, 검찰로 무대를 옮겨 장기전으로 돌입할 수도 있다.
논문조작이 밝혀진 만큼 황 교수가 중징계를 피하기는 어렵다.
노정혜 연구처장은 오늘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서 "황 교수가 직접 논문조작에 개입한 정황이 있어 책임을 면키 어렵다"며 "조사위의 조사가 끝나는대로 징계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 연구처장은 "황 교수도 이를 어느정도 인정했고 관련 연구원들의 진술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 조사위는 중간 조사결과 발표문을 통해 "연구 데이터의 진실성은 과학을 떠받치는 기반"이라며 "황 교수팀이 과학의 기반을 훼손한 중대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수의대 교수진도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황 교수에 대한 징계를 논의중이다. 또 의대측은 세계줄기세포허브의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대책회의를 가졌고 오후에 별도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황 교수팀 최측근에 따르면, 황 교수팀은 이날 아침 황 교수의 교수직 자진사퇴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그러나 서울대 고위 관계자는 "황 교수는 피조사자 신분"이라며 "학칙과 관련 공무원법에 따르면 조사가 진행중인 경우에는 윤리위원회와 징계위원회를 거치지 않으면 본인 스스로 사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