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밤, 가장 더웠다…역대 7월 중 열대야일수 `최다`
by이영민 기자
2024.08.07 10:09:38
지난달 열대야 8.8일…'역대급' 1994년 기록 경신
평년의 3배…강릉·포항은 17일간 열대야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지난달 역대 7월 중 가장 긴 열대야가 관측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달 강수량은 역대 10위 수준으로,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면서 지역별로 이례적인 날씨가 나타났다.
|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진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한 시민이 손풍기를 켜고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
기상청은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7월 기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열대야 일수는 8.8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던 지난 1994년(8.5일)과 2018년(7.1일)의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는 평년(2.8)보다 3배가량 많이 발생한 수치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연도별 열대야일수 역시 증가세다. 1980년대 4.2일(연 평균)에 그쳤던 열대야일수는 1990년대 5.8일, 2000년대 5.1일로 점차 증가하다 2010년대 9.0일로 폭증했다
올해의 경우 강원 강릉과 포항, 정읍은 17일간 열대야가 이어졌고, 서울도 13일간 한밤중 무더위가 나타났다. 전국 평균 기온을 산출하는 62개 지점 중 강릉(30.4도), 속초(30.3도), 밀양(28.1도) 등 15개 지점에서 하루 최저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최근 열대야는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밤사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발생했다. 7월 초·중순까지 비가 자주 내리면서 낮 기온이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늘어난 수증기가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해해 늦은 밤 무더위가 계속됐다. 여기에 7월 하순부터 따뜻한 성질의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덮으면서 최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에 따뜻한 티베트고기압이 더해지면서 여름철 더위가 본격화하고 열대야도 늘어났다.
그 결과 7월 전국 평균 최저기온은 23.3도로 평년(21.2도±0.5)보다 2.1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국에 관측망이 확대 보급된 52년 동안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최저기온이 가장 높은 해는 ‘가장 무더운 해’로 기억되는 1994년(23.4도+2.1도)이었다.
같은 달 전국 강수량은 역대 10위 수준으로 조사됐다. 7월 한 달간 전국 평균 누적강수량은 383.6㎜로, 평년(245.9~308.2㎜)보다 많았다. 올해 장마는 집중호우가 두드러졌다. 또 정체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림에 따라 지역별로 비가 집중되는 시기에 차이가 있었다. 7월 7일부터 10일까지 충남 부여군 양화면에는 487.5㎜에 달하는 폭우가 있었고, 같은 달 17~18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는 634.5㎜, 경기 연천군 백학면에는 501.5㎜ 나 비가 내렸다.
7월에 정체전선이 활성화된 것은 북극의 줄어든 해빙과 열대 서태평양의 활발한 대류활동 때문으로 파악됐다. 올해 북극 랍테프해 해빙은 평소보다 빠르게 녹았고, 그 면적은 1979년 이후 하위 3위 수준까지 감소했다. 해빙 면적이 줄면서 고위도와 중위도의 온도 차이도 감소했다. 그 결과 남북으로 공기 흐름이 강해지면서 북쪽의 찬 공기가 한반도 주변으로 더 유입됐다. 반면 열대 서태평양에서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올라가면서 대류가 활발하게 발생했다. 한반도 남쪽에 있던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하면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국내로 유입됐고, 정체전선이 다수 발생하며 비를 뿌린 것으로 해석된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지난 7월 전 지구 하루 평균기온이 이틀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비가 오는 날에도 고온의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7월 열대야가 역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등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여름 폭염과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집중호우에 대비해 기상청에서는 이상기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국민의 시각에서 가치 있는 기후분석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