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극한 대치 양곡관리법…합의 없이 강행처리 수순
by김기덕 기자
2023.03.01 15:23:00
3월 첫 본회의 처리 예정…野 6일 vs 與 8일 이후
野, 초과생산·하락가격 등 완화한 중재안 처리 예고
與 "독소 조항 무조건 빼야"…강행시 첫 거부권 행사
[이데일리 김기덕 이수빈 기자] 여야가 정부의 초과생산된 쌀 의무매입을 내용으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극한의 대립 상황을 보이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달 27일 직권으로 본회의 상정을 미루고 합의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지만, 당장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결국 ‘야당 강행 처리→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로 3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을 처리할 첫 본회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당초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에게 이날까지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확정, 이달 첫 열리는 본회의에 여야가 합의한 개정안을 상정·처리하자고 주문했다.
| 지난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논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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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서 언제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첫 본회의 일정을 늦어도 이달 6일,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이후인 8일 이후로 주장하고 있다. 다만 본회의에 상정하더라도 여야 간 합의된 수정안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 개정안은 매년 쌀 생산량이 전년도에 비해 일정량 이상 증가(3%)했거나, 수확기 가격이 전년 대비 일정 비율 이상 하락(5%)했을 때 정부가 의무매입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의무 매입을 하면 쌀 가격이 더 하락하고, 과잉 생산으로 재정 부담이 심화할 수 있다며 줄곧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해당 개정안이 ‘이재명 대표 1호 민생법안’인 만큼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민주당이 다수의석을 앞세워 여당 동의 없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해당 상임위(농립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본회의에 해당 개정안을 직회부한 바 있다.
이처럼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앞서 김 의장은 의무매입 조건을 완화(초과 생산량 3~5%·가격하락폭 5~8%)하고, 예외를 인정(벼 재배 면적 늘어난 경우 시장격리 제외)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 안을 수용했지만, 여당과 정부 측은 여전히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의원은 “의장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여당이 최종안을 보내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묵묵부답”이라며 “본회의 첫 회의가 6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데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쌀 의무 매입 조건을 표시한 독소조항을 빼거나 쌀을 대체할 작물을 단서 조항에 넣지 않는 한 개정안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를 할 경우 윤 대통령의 1호 법률안 거부권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