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1급' 박성민, 인국공 땐 "불공정이 청년 분노 본질"
by이세현 기자
2021.06.25 09:59:40
과거 인국공 사태 비판한 박성민 칼럼 화제
"정치권이 청년에 대한 성찰 없어…분노의 본질은 불공정"
[이데일리 이세현 기자]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발탁을 두고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박 비서관이 이른바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와 관련해 “불공정이 청년 분노의 본질”이라고 쓴 칼럼이 뒤늦게 회자되고 있다.
박 비서관은 지난해 7월 2일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 자격으로 ‘나도 민주당 소속이지만 인국공 대응은 반성해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칼럼에서 “정치권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태도나 청년들이 가진 절박함을 소비하는 방식, 공정에 대한 열망을 다루는 방식에 화가 난다”며 인국공 사태에 대한 기성 정치인들의 행보를 비판했다.
박 비서관은 “(인국공 정규직 전환 관련)부정적 여론 확산에 당황한 정부는 해명을 내놨다. 그런데 여전히 쉽사리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라며 “청년층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공감, 공정에 대한 개념 정립, 정책의 세심함이 부족했던 까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의 핵심은 ‘공기업 정규직’, 특히 꿈의 직장인 인국공의 정규직으로 들어가기 위해 해야 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이들이 그 자리에 가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분노의 본질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비서관은 “(청년들의 분노는)‘내 일자리를 당신이 뺏었다!’와 같은 편협한 분노가 아닌 불공정성에서 기인한 거대한 분노”라며 “이를 앞에 두고 ‘그게 아니다’ 혹은 ‘너희들과 상관없다’ 식의 설명은 효과가 없었던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로를 찌르며 저마다의 고통에 눈물 흘리고 있는 ‘을’의 모습을 정치권이 제대로 알고 대응했다면 과연 지금 같은 모습으로 갈등이 번졌겠느냐”라며 “공정이란 시대정신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청년층에 대한 이해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게 된다면 분명 같은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비서관은 인국공 사태에 이같이 일침을 가하며 자신은 기성 정치인들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음을 어필했다. 그러나 약 1년 만에 청와대가 대학생 신분인 그를 1급 상당 고위직에 발탁하며 되려 청년층에 비판을 받는 대상이 됐다.
대학생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해 친여 성향 인사들도 잇따라 비판 목소리를 거세게 내고 있다. 특히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과 공무원들이 모인 페이스북 페이지, 카페 등에선 “노량진에 있는 나에게 자괴감이” “이 나이 먹고 9급이 한심하네” “허탈감이 쏟아진다” 등 박 비서관 발탁을 비꼬는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박 비서관 임명은 젠더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과거 박 비서관의 페미니즘 발언을 두고 “민주당이 2030 남성 표를 모두 버릴 셈이냐”란 우려의 목소리가 남성층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나왔다. 반면 여성들이 주 사용자인 커뮤니티에서는 “‘20대 여자’라는 이유로 비난이 과도하게 일고 있다”라며 박 비서관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2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청년비서관에 청년을 발탁한 건 불공정이냐 공정이냐 프레임에 들어올 사안이 아니다”라며 “화려한 스펙을 가진 남성엘리트, 그런 조건을 가진 사람이면 뭘 해도 용서되거나, 허락되고, 용인이 되고. 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면 뭘해도 시빗거리가 된다. 뭔가 편견이 작동하거나 의도가 껴 있는 것 아닐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