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빼놓고 보자` 주도주의 굴욕 시작되나

by김지은 기자
2011.06.29 11:15:37

증권사 추천 포트폴리오에서 잇따라 제외

[이데일리 김지은 기자] 주도주의 굴욕이 시작된걸까. SK이노베이션(096770)과 S-Oil(010950) 등 시장을 이끌어온 기존 주도주가 하나 둘씩 증권사 포트폴리오에서 제외되고 있다.

일부 종목은 이미 목표 수익률을 달성했다는 이유에서 포트폴리오에서 교체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종목은 이렇다할 수익률을 거두지 못해 제외된 것으로 추정된다.

위풍당당하던 주도주는 5월 이후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증권사에서도 찬밥신세로 전락한 모습이다.

29일 신한금융투자는 SK이노베이션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신규로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이후 -17%의 손실을 기록했다. 증권사 측은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손절매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이 증권사 포트폴리오에서 제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4일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에서도 제외된 바 있다.
 
삼성증권은 TOP S1와 TOP S2, TOP S3 등 세가지의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중 두개의 포트폴리오에 지난 5월17일과 6월9일 각각 편입됐는데, 24일 양쪽에서 나란히 제외됐다.

삼성증권 측은 "단기 기름값 인하 연장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증가해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수익률은 각각 -0.7%, -5.11%. 증권사 측은 포트폴리오 제외 이유로 `불확실성 증가`를 꼽았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부진한 수익률도 원인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삼성증권은 지난 24일 S-Oil과 OCI(010060) 역시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이들은 각각 6월 9일과 10일 편입됐는데, 편입 이후 수익률이 -5.9%, -1.1%로 부진했다.

같은 날 KTB투자증권은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 삼성전자는 기존 주도주인 `차·화·정`에 속하지는 않지만,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주로 주도주 못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에 대해 기존 롱포지션(매수)에서 숏포지션(매도)으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삼성전자의 LCD TV 세트 및 패널 적자 지속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KTB투자증권은 매달 1회 롱숏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헤지펀드 전략 중 페어트레이딩(pair trading)이 있는데, 동일섹터 내에서 두가지 종목에 대한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진행해 위험을 헤지하는 전략이다.

이 증권사는 삼성전자에 대해 지난 3일 롱포지션을 취한 바 있는데, 이후 주가는 23일 종가까지 -6%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24일 숏포지션으로 변경했다.

그나마 자존심을 지켜낸 것은 LG화학(051910)이다. LG화학 역시 지난 28일 삼성증권의 포트폴리오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그 이유는 여타 종목과는 조금 다르다.
 
삼성증권은 1월3일 LG화학을 포트폴리오에 신규 편입해 지난 6월27일까지 21.6%의 수익률을 거뒀다. 삼성증권 측은 "수익률 실현 차원에서 편입을 제외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LG화학 역시 6월들어 수익률이 -10%에 달하는 등 상당히 부진했다. 차익실현 결정에 이같은 최근의 부진한 흐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기존 주도주, 즉 자동차와 화학, 정유주의 경우 2분기 이익모멘텀이 가장 뚜렷한 업종으로도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펀더멘털 및 이익모멘텀이 좋다고 평가하면서도 증권가 포트폴리오에서는 서서히 제외되고 있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혼란을 일으킬만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기존 주도주의 모멘텀이 가장 강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주도주의 수익률 역시 상당히 부진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