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함정선 기자
2010.03.31 11:30:00
렁스3 유전자(암 발병 억제 역할) 불활성화가 원인
폐암 조기치료와 예방을 위한 이론 제시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국내 연구팀이 폐암 발병 초기 원인을 규명, 폐암을 조기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충북대 배석철 교수와 이경숙 연구교수가 폐암 발병의 초기 원인이 `렁스3(RUNX3) 유전자`의 불활성화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31일 밝혔다.
렁스3 유전자는 암의 발병을 억제하는 유전자로 배석철 교수가 지난 1995년에 세계 최초로 발견한 것. 배 교수는 이 유전자의 기능 저하가 위암과 방광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2002년과 2005년에 각각 규명한 바 있다.
배 교수팀은 렁스3 유전자의 기능이 절반으로 줄어든 유전자 결손 생쥐의 85%가 폐암에 걸리고, 폐암이 발병한 생쥐는 예외 없이 렁스3 유전자 기능이 현저히 저하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렁스3이 완전히 제거된 유전자 결손 생쥐의 폐에서는 폐 상피 세포를 형성하는 줄기세포의 분화가 중도에 정지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폐암에 걸린 사람도 렁스3의 기능이 저하되고, 초기 폐암에서는 렁스3의 기능저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배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폐암 발병을 촉발하는 초기단계의 분자적 현상에 대한 학계의 오랜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 학계는 암의 발병이 돌연변이에 의한 암 억제 유전자 소실과 암 유전자의 비정상적인 활성화로 촉진되고,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암을 악성화한다고 인식해왔다.
그러나 폐암 초기 환자에게는 돌연변이가 거의 관찰되지 않아 폐암 발병 초기에 발생하는 분자적 현상은 학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었다.
배 교수팀의 성과는 전체 폐암의 30%에 해당하는 폐선암을 유발하는 최초의 분자적 현상을 규명, 폐암의 조기진단과 치료법 개발을 위한 이론적인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암이 발병하기 수년 전에 나타나는 분자적 현상도 규명해 폐암 예방을 위한 이론적 근거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배석철 교수와 이경숙 연구교수가 주도해 김원재 교수(충북대), 정한성 교수(연세대), 서영준 교수(서울대), 장자준 교수 (서울대), 정진행 교수(서울대), 이한웅 교수(연세대) 등 국내 연구진 20명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의 권위 있는 과학 잡지 네이처 출판그룹(Nature Publishing Group)이 발행하는 암 관련 전문 학술지 `암유전자(Oncogene)` 4월호(4월1일 발간)에 게재된다.
배석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폐암의 발병과정을 명쾌하게 밝혔을 뿐 아니라 향후 폐암에 대한 예방, 조기진단 및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위한 핵심적인 이론을 구축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