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9년전 포드와 `닮은 꼴`..현대차 호재될까?
by김보리 기자
2010.02.03 10:56:52
포드 리콜 이후 점유율 급락..日 업체 8%이상 상승
현대·기아차, `포스트 도요타`가능성도 점쳐져
쏘나타 2.4 가격대로 캠리와 비슷한 수준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일본 도요타가 품질결함에 따른 대규모 리콜에 나서면서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도요타는 지난해 대규모 마케팅과 신차 출시로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던 터라 내상은 더 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도요타 사태와 관련, 9년전 포드의 사례를 거론하고 있다. 포드는 지난 2001년 익스플로러 타이어 결함으로 전 세계적으로 리콜을 단행했다. 이후 포드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5%이상 하락했다.
당시 포드의 점유율 하락은 곧 일본차들의 미국시장 약진으로 이어졌다. 이번 도요타 리콜사태에 따른 반사이익이 어디로 돌아갈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포드와 GM, 그리고 현대·기아차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도요타의 문제가 가속 페달이었다면 과거 포드는 타이어에서 결함이 발생했었다. 당시 포드 전체 미국판매량의 10%이상을 차지하는 `익스플로러` 차종에 장착된 블랙스톤 타이어가 주행중 접지면이 분리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피해 정도는 포드가 훨씬 컸다. 포드의 `익스플로러` 결함으로 사망자만 170명에 달하고 5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도요타는 지난해 8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렉서스 ES차량에 탑승한 가족 4명이 가속페달 걸림 현상으로 사망했다.
포드가 `익스플로러` 한 차종에 리콜을 실시했다면 도요타는 2009~2010년형 Rav4, 코롤라, 2008~2010년형 캠리 등 주력차종 8개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단순 사상자 비교만으로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포드의 리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혹했다. 포드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00년 22.8%에서 2005년 17.4%로 5.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같은기간 도요타, 혼다 등 일본 3사의 미국 점유율은 20.1%에서 28.2%로 8%이상 올라갔다. 특히 도요타는 9.2%에서 13.3로 4%이상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도요타가 과거 포드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도요타는 이번 사태의 대처과정에서 `세계 1위` 기업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리콜 조치가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적지않은 기간동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국내업계의 관심은 과연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가 이같은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최근 미국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점유율이 상승하는 등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단 출발은 좋다는 평가가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1월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전년비 12.9% 상승하며 7%대에 진입했다.
여기에 현대·기아차가 최근 소렌토R을 시작으로 올해 YF쏘나타·투싼ix 등 주력모델 투입을 앞두고 있는 것도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쏘나타의 경우 주행성능이 업그레이드된 2.4 GDi 모델이 곧 출시된다. 시판가격도 1만9000달러~2만7000달러로 경쟁차종인 캠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는 지난달 28일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미국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4.2%에서 올해 4.6%까지 높인다는 목표"라며 "미국에 출시되는 YF쏘나타는 모든 면에서 경쟁사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현대차가 유독 도요타의 리콜 차량과 경쟁 차종이 많다는 점도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강영일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2009년 판매량 기준으로 현대차 미국 판매의 최대 77%, 기아차 71%가 리콜대상 차종과 겹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도요타 리콜 사태를 단기 호재로 삼아 점유율을 급반등시키는 공격적인 전략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IR에서 지난해 인센티브 전략에 치중했지만 올해는 판매의 질적 향상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강영일 연구원은 "현대차는 올해 미국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질적 마케팅에 더 비중을 둔다는 입장이지만, 도요타 이탈 고객을 잡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병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빅3도 경쟁에 뛰어든 만큼 인센티브 정책 등 단기적 방안도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