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월가 스타` 존 테인, 탐욕 부리다 `퇴출`

by김윤경 기자
2009.01.23 11:30:50

메릴린치 부실규모 생각보다 커..책임론 대두
휴가 떠나고 사무실 치장에 회사돈 `낭비`
막대한 보수 챙긴 의혹도..뉴욕주 검찰 조사 착수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13개월전 메릴린치 회생이란 막대한 임무를 맡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으며, 지난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와의 합병을 주도했던 존 테인(53)이 4개월도 안돼 불명예 퇴진하는 운명에 처했다.
 
그는 지난 1월1일자로 합병이 완료된 이후 BOA의 글로벌 뱅킹, 증권, 웰스매니지먼트 사업부 사장으로 일해왔다. 그러나 메릴린치의 부실이 생각보다 컸던 것으로 드러났고 이에 대한 문책이 결국 해고로 이어졌다.

골드만삭스와 뉴욕증권거래소(NYSE) 대표를 지낸 테인은 큰 기대를 업고 2007년 12월 메릴린치에 합류했다. 스탠리 오닐의 후임에 오른 그는 얼마 되지 않아 외국 국부펀드등으로 부터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등 메릴린치를 제 궤도에 올리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 `수리사(Mr. Fixit)`란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내용은 상당히 부실했던 것으로 결론났다. 그러면서 보수 등도 엄청나게 챙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 때의 명성은 급작스럽게 바닥으로 떨어지게 됐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월가가 초토화됐던 당시 메릴린치의 피인수 결정은 적절했던 `용단`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 지난해 9월15일 합병을 발표하는 존 테인 당시 메릴린치 CEO(左)와 케네스 루이스 BOA CEO(右)

BOA가 생각보다 부실이 컸던 메릴린치를 떠안기 위해선 정부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이 소식이 전해지며 은행권 부실 우려는 점증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까딱하면 합병은 이뤄지지 못할 지경이었다. 美 정부, BOA에 추가지원 고려중-WSJ 

메릴린치는 지난해 4분기 154억달러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최근 발표됐다. 하지만 테인은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합병 이후 주요 인물들도 줄줄이 회사를 떠나 버렸다. 이에 케네스 루이스 CEO는 테인이 합병사 직원과 주주 다수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판단, 그를 해고키로 결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루이스 CEO는 본사가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에서 뉴욕으로 날아가 테인과 만났다. 오전 11시30분 부터 시작된 회동은 그러나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파했고, 테인의 해고가 결정됐다. 후임에는 브라이언 모이니한 BOA 고문이 선임됐다



표면적으로는 회사를 위해 뛰고 있는 듯 보였지만 테인의 밝혀진 `행각`들을 보면 메릴린치가 사느냐 마느냐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듯 보인다.

막대한 메릴린치의 4분기 손실이 밝혀지는 와중에도 테인은 콜로라도주 베일로 휴가를 떠났고, BOA측에서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키로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테인이 이렇게 회사의 부실을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자신의 뉴욕 사무실을 다시 꾸미기 위해 120만달러에 달하는 돈을 썼다고 보도했다. 러그를 사기 위해 8만7000달러, 19세기형 식기 진열장이 달린 외다리 테이블을 사는 데 6만8000달러를 썼다.
 
WSJ은 기본적으로 테인은 월가에 어떤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지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낮았다고 지적했다. 테인은 지난해 1월 중반 WSJ과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전혀 없다. 대부분의 위기가 지나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테인에 대한 회사의 불신은 그가 막대한 보수를 챙기려 한 것이 밝혀지면서 한층 커졌다. 대부분의 월가 CEO들이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보너스를 받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는 추세 속에서도 테인은 수 개월동안 이사회를 설득해 수백만달러를 챙기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테인은 곧바로 보너스를 포기한다고 공표했지만, 뉴욕주 검찰은 메릴린치가 BOA 매각 전 임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했는 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통상 메릴린치는 1월 중순이나 2월에 보너스를 지급하는데, 검찰은 막대한 보너스가 비밀스럽게 막판에 지급된 것으로 보고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측근으로 골드만삭스 출신들을 기용했지만, 회사 문화와 융화되지 못한 것도 과오롤 지적되고 있다.
 
그나마 테인의 훌륭한 솜씨라고 얘기됐었던 BOA 매각도 그의 아이디어가 아니란 얘기도 나온다. FT는 이는 골드만삭스 출신 그렉 플레밍 사장의 작품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투자자들은 BOA의 메릴린치 투자가 잘못됐다면서 테인과 루이스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