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reform)사르코지를 보라
by하수정 기자
2008.01.16 11:12:37
[기획특집] 공무원연금 깨야 산다 <3부> 유럽은 연금 전쟁 중
프,특수연금 보험료 납부기간 37.6→40년 연장추진
민간-공공-특수직 형평성 맞춰라..노조도 항복
[파리=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지난해 10월 18일. 프랑스 파리는 말그대로 교통 지옥이었다.
드문 드문 한대씩 오는 지하철은 발디딜 틈이 없는 콩나물 시루였고, 도로는 버스대신 자가용과 자전거로 빽빽이 가득차 옴짝달싹 하지 않았다.
파리에서는 때마침 특별연금 개혁에 반발한 공기업 노조들의 총파업이 시작됐다.
관광의 도시 파리는 방문객들의 편의조차 아랑곳하지 않은 채 철도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이 마비됐고 박물관 직원들도 파업에 동조해 문을 닫았다.
그로부터 한달 여 뒤. 노조는 이례적인 여론 악화와 정부의 강경책에 스스로 업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각 국의 언론은 "사르코지의 승리"라는 헤드라인을 뽑아냈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실패했던 특수연금 개혁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93년과 2003년 연금개혁을 통해 일반 국민연금과 공공부문 연금을 뜯어고쳤다.
보험료 납부기간을 37년6개월에서 40년으로 연장했고 2012년부터 41년, 2020년부터 42년으로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키로 합의했다. 연금 인상기준도 임금상승률에서 물가상승률로 변경해 상승폭을 깎았다.
문제는 공기업 특별연금. 특별연금제도는 프랑스 국영철도(SNCF)와 파리철도공사(RATP), 프랑스 전력공사(EDF), 가스공사(GDF), 국립오페라 종사자 등에게 직업의 특성상 위험이 높다고 보고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이들은 연금 전액을 받기 위한 보험료 납부기간이 일반 근로자 40년보다 짧은 37.5년이며 퇴직연령도 50~55세로, 일반 근로자 60세에 비해 훨씬 이르다.
특별연금을 납입하는 공기업 직원은 50만명이지만 특별연금 수혜자는 110만명에 달해 연간 50억 유로, 우리돈으로 6조5000여억원의 연금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특별연금도 2012년까지 연금 납입기간을 37.5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고 연금 수령기간과 퇴직 연령도 민간 수준으로 재조정하겠다는 개혁안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공기업 노조 파업 철회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사르코지 대통령이 특별연금 개정을 이뤄내느냐 여부에 따라 향후 대대적인 공공개혁의 방향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용주의`를 내세우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이후 거침없는 개혁을 실행하며 권태감에 빠져있던 프랑스를 자극시키고 있다.
5년간 공무원수 10만명 감축, 정부예산 10% 절감 등 100가지나 되는 정부 개혁 조치를 제시했다. `더 일하고 더 벌자`는 구호를 외치며 금지됐던 일요일 근무를 오히려 장려하고, 주 35시간 법정근로시간 초과 근무에 대해서도 세금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사회주의 이념이 뿌리깊게 박혀있는 프랑스에서 노조 파업을 무산시키고 경쟁을 독려하는 것 자체가 파격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노조 파업 이후 지지도가 다소 떨어지고는 있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혁에 대해 프랑스 국민들도 찬성하는 쪽이 많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서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50%대를 기록했다.
파리 시청 앞에서 만난 노아 가르시아(38세)씨는 "장기간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도시에 활기가 떨어지게 되면서 좌파가 아닌 우파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프랑스는 10명 중 1명이 공무원으로, 정부조직이 유럽국가 중 가장 큰 나라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부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르코지의 개혁은 실용과 정부 조직 개편을 강조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미래를 위해 중점 추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좋은 본보기라 생각된다.
[취재지원 = 한국언론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