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 바이오는]⑤ 日 의약품 산업에 'AI 로봇' 적용 확산...한국은?

by김승권 기자
2023.07.09 18:58:53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I) 개발 열풍이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AI 임상 연구원에 이어 의약품 배달 로봇까지 개발이 활발하다. 특히 일본의 경우 임상 조력 로봇은 거의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의약품 개발 과정까지 자동화되고 있는 과정인 것이다. 해당 로봇은 실험실 내를 돌아다니며 여러 실험 기기를 체크하고 관리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9일 일본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자이는 로봇 메이커 가와다 로보틱스, 히타치 하이테크 등과 함께 세포 배양 실험을 담당하는 로봇 ‘ICHIRO(이치로)’를 개발, 상용화에 돌입했다. 아스텔라스가 인공다능성줄기세포(iPS세포)의 배양 로봇을 활용한 데 이어 본격적인 ‘로봇 임상’ 시대가 다가왔다는 평가다.

에자이는 해당 로봇을 쓰쿠바연구소 등 주요 거점에 설치, 야간과 휴일 등 무인 환경에서 가동하고 있다. 향후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판매를 위한 준비에 돌입한 상황이다.

에자이는 두부 등에 탑재한 카메라로 대상물의 위치를 화상인식하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양손을 움직여 세포배양실험을 실시하는 인간형 양팔 로봇을 도입했다. 정확한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한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세포배양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실수 없이 지속적 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의약품을 나르는 배송로봇 (사진=가와사키중공업)
앞선 세포배양로봇이 모두 전용 폐쇄 공간에서 실험하는 것과 달리, 이치로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실험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실험조건에 따라 프로그램과 주변기기도 유연하게 재편성할 수 있다. 신규 화합물 등을 평가하는 탐색 연구에 활용하며 연구원이 배양한 세포와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제약사 한국 법인 한 관계자는 “신약 연구 현장에서는 아직 연구자의 수작업 실험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제조 현장에 비해 로봇 도입률이 낮다”며 “향후 인건비 절감이나 연구 효율이 상당 부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케다약품공업(다케다)은 로봇 배송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다케다, 가와사키중공업, 티어포 등 6개 일본 기업은 지난 2월 도쿄시와 협력, 니시신주쿠 지역에서 5G망과 복수의 배송 로봇을 활용해 의약품 배송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도쿄시 로봇 실험 모습 (사진=로봇스타트 영상 갈무리)
다케다는 로봇을 활용, 혈우병 환자에게 처방전 의약품을 배송했다. 혈우병 환자는 진료 후 2~3개월분의 의약품이 든 큰 보냉백을 가지고 돌아가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먼저 도쿄 의과 대학병원 의사·약사가 인근 호텔에서 환자와 온라인 진료·복약지도를 한 뒤 약제를 실은 로봇이 약을 가지고 병원을 출발했다. 로봇은 신주쿠 거리의 보도를 주행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리고 고객에게 무사히 의약품을 전달했다. 돌아오는 길에 의료폐기물을 수거하고 다시 병원으로 폐기물을 전달했다. 시연 후 성공적인 실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후루타 밀라노 다케다 일본 제약 사업부 사장은 “2030년에는 환자의 자택으로 의약품을 운반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인구 감소로 배송 담당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동배송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상황은 어떨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의약품 배달이나 임상 로봇 개발 추진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기대되는 분야는 AI를 활용한 암 진단 분야나 AI 신약 개발 분야다. 최근 주가가 폭등한 루닛, 뷰노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에 다르면 국내 AI 신약 개발 회사는 50여곳이 있다. 하지만 이들 신약개발 AI 플랫폼은 타겟,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 집중돼 있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이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AI신약개발 활용과 성공사례 등을 토대로 임상시험 에 AI를 적용하는 실험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신약개발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AI개발사와 제약사 간의 이해 부족과 정부와 민간의 투자 미비, 인공지능 모델 한계, 데이터 부족 등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당 분야에도 대기업의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