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극단적 선택 '라방'·2차 유포까지…"유포자 처벌 강화해야"

by권효중 기자
2023.04.17 09:41:22

16일 오후 10대 여학생 강남 고층 빌딩서 ''극단적 선택''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중계, 녹화본 유튜브 통해 유포
5시간여 방치…뒤늦은 조치로 2차 피해 및 모방 우려↑
"법제화에 AI 알고리즘 등 활용, 유포자도 처벌 강화해야"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10대 여학생이 서울 강남구의 한 고층 빌딩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을 켜두고 극단적 선택 과정을 생중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영상은 SNS는 물론, 유튜브 등에도 여과 없이 재확산되고 있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선 관련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숨진 A양의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녹화한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17일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30분쯤 10대 여학생 A양이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건물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한 결과 A양이 혼자 옥상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확인,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있다.

A양은 사건 당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투신 과정을 중계하겠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적었다. 이를 본 이용자들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과 소방 등이 옥상에 진입하던 과정에서 A양이 극단 선택을 했다. A양의 이러한 모습과 소방 인력이 출동하는 과정 등은 모두 SNS를 통해 송출됐다.

인스타그램 라이브는 계정 소유자가 방송을 중단하면 끝나지만, 방송을 시청하던 이들이 이를 녹화해 유포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한다. 실제로 A양의 방송은 당시 수십 명이 시청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시청자가 있는 영상이라면 누군가에 의해 녹화될 수 있고, 녹화된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다시 유포될 수 있다.

실제로 A양의 방송은 유튜브에도 ‘강남 영상 풀버전’ 등의 제목으로 전날 새벽 시간대에 업로드됐다가 이날 오전 9시를 전후해 뒤늦게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했다’며 삭제됐다. 해당 영상이 약 5시간 동안 방치된 채 노출되고, 재확산된 셈이다. 통제도가 더 낮은 텔레그램 등에선 여전히 영상이 돌아다니는 중이다.

극단적 선택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은 시청자들에 충격을 주는 데서 나아가 모방 우려를 낳는다. 여기에 삭제되지 않은 영상 등엔 A양을 조롱하거나 우울증을 조롱하는 모욕성 댓글이 달리고, 댓글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단 점도 문제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 있는 ‘라이브 방송’ 기능은 인터넷 방송에 해당돼 방송법상 방송엔 해당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통신 심의 규제의 적용 대상이지만, 이용자가 많은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의 경우에는 영상을 보는 이용자의 직접적인 신고가 없다면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모니터링해 바로 규제를 적용하기에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SNS나 유튜브는 방송법으로 다 규제할 수 없는 일종의 ‘사각지대’인 만큼 생명을 보호하고, 모방범을 줄이자는 대원칙을 바탕으로 법적 규제는 물론 신중한 접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법적 규제를 포함, 인공지능(AI) 기술 적극적으로 활용해 유해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워낙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올라오다보니 플랫폼의 규제는 늘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며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콘텐츠라면 바로 삭제될 수 있도록 AI 알고리즘 등을 활용해서라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포자에 대한 처벌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성 교수는 “악의적으로 유포하는 경우에는 더 무거운 책임을 묻도록 현행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플랫폼에서 어렵더라면 최소한 국내법 규정들을 손질해서 유포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