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 구속에 라임사태 수사 `급물살`···정·관계 로비 본격 조준

by정병묵 기자
2020.04.26 14:27:22

사태 ''몸통'' 김봉현 전 회장 이종필 전 부사장 붙잡혀
檢, 정·관계 로비 수사 전망···靑 윗선 개입 여부 쟁점
펀드 부실 알면서도 고객 미공지 여부도 주요 포인트

[이데일리 정병묵 박기주 기자] 라임자산운용 사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약 5개월간의 도피 끝에 경찰에 붙잡히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라임 사태에 청와대 윗선이 개입했는지 여부와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이 없었는지에 수사력이 집중될 전망이다. 또 라임과 펀드 판매사가 펀드의 부실을 알면서도 이를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고 판매했는지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4일 오전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청사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6일 법원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은 25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됐다. 이 전 부사장과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팀장에게도 같은 이유로 영장이 발부됐다. 또한 김 전 회장에 대한 영장심사는 이날 오후 현재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23일 오후 9시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 인근에서 외출 후 귀가하던 김 전 회장을 붙잡았다. 두 시간 뒤인 오후 11시쯤에는 이 전 부사장을 인근에서 검거했다.

이들은 라임 사태를 유발한 몸통으로 지목된 인물들이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를 설계하고 운용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라임이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인 리드(197210)에서 일어난 800억원 규모 횡령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잠적했다.



또 라임의 배후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 전 회장은 경기도의 한 버스회사인 수원여객에서 16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후 돌연 잠적했다. 이 회사 자금 횡령 혐의 외에도 스타모빌리티의 회삿돈 51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현 스타모빌리티 대표이사에게 고소를 당했다. 김 전 회장은 현재 구속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직무상 정보와 편의를 받은 대가로 뇌물을 준 혐의 등도 받고 있다.

라인 사태 몸통으로 지목된 이들이 검거되면서 지지부진했던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라임 사태와 청와대 인사 등 고위직과의 연결 여부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 김씨는 김봉현 회장에게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금융감독원의 라임 검사 관련 내부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됐다. 김씨는 작년 2월부터 약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돼 라임 사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녹취록에서 ‘라임 사태 확산을 막아주고 있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언급된 인물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과 김 회장을 상대로 라임 사태와 관련된 일이 김 전 행정관 개인의 일탈이었는지 아니면 더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청와대 등 윗선 개입으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감독을 부실하게 하지는 않았는지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3일 오전 금융위를 찾아 자산운용사 및 증권사, 은행을 담당하는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금감원을 포함해 신한금융투자 및 대신증권, 우리은행 등 펀드 판매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미 진행한 상태다.

고객에게 펀드를 판매하면서 라임과 펀드 판매사가 펀드 부실을 알고도 상품을 계속 팔았는지 여부도 핵심 쟁점이다. 만약 부실 문제를 알고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운용하고 판매했다면 사기에 해당한다. 펀드 운용에 따른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적 의도가 반영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대규모 금융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6일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최종안을 확정·발표, 앞으로 자사펀드 간 자전거래 규모가 직전 3월 평균수탁고의 20%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자산총액 500억원을 초과하는 사모펀드에 대해 외부감사를 의무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