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윤정 기자
2019.08.13 08:58:35
여성 교무도 결혼 선택 가능
여성 정복 변화 방안도 검토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원불교가 개교 104년 만에 여성 교역자의 ‘독신서약’을 공식 폐지했다.
원불교는 지난달 교단 최고 의결기구인 수위단회를 열어 여성 교무 지원자가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했던 ‘정녀(貞女)지원서’를 삭제하는 내용의 ‘정남정녀 규정 개정안’이 통과했다고 12일 밝혔다.
정녀지원서는 원불교 여성 교무로서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겠다고 약속하는 일종의 서약서다. 원불교는 여성 예비 교역자가 대학 원불교학과 입학을 지원할 때 이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번 교헌 개정으로 정녀지원서 제출 의무가 사라지면서 앞으로는 원불교 여성 교무도 남성 교무처럼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결혼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원불교 최고지도자이자 수위단회 단장인 전산 종법사는 “이번 정남정녀규정 개정의 건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결의가 될 것이며, 교단의 큰 방향이 되고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자평했다.
1916년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개교한 원불교에서는 여성 교무들이 독신으로 사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져 왔다. 1986년에는 아예 교헌을 개정해 정녀지원서 제출 의무를 명시화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정녀지원서를 두고 남녀 차별이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이번 교헌 개정으로 정남정녀 지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변경된 규정에 따라 정남정녀 희망자는 정남정녀 승인을 받은 때로부터 42세 전까지 지원서를 제출한다. 이들이 독신 서약을 지켜 60세가 되면 교단은 정식으로 정남정녀 명부에 등록한다. 원불교는 교역자들의 신병 치료와 노후 봉양을 할 때 정남정녀 교역자를 그렇지 않은 교역자보다 우선해 살피도록 한다.
또한 여성 교역자의 상징으로 여겨진 ‘검정 치마, 흰 저고리’ 정복에 변화를 주는 방안도 본격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정복은 외부에 원불교 교역자로서 상징적인 이미지를 주는 이점이 있지만, 활동성이 떨어지고 관리가 쉽지 않다는 여론도 고려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