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경훈 기자
2017.12.17 13:44:34
셀트리온, 유방암 시밀러 내년 초 유럽 승인 앞둬
삼성, 지난달 이미 유럽서 승인 받고 출시 준비 중
자가면역질환 이어 항암제 복제약서 경쟁체제 구축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셀트리온(068270)이 유럽에서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허쥬마’ 허가를 앞두면서 이미 유럽에서 승인을 받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업계에서 두 회사가 경쟁관계를 구축하면서 우리나라는 바이오시밀러 강국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평가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허쥬마에 대한 ‘허가승인 권고’ 의견을 받았다. EMA가 전문가 기구인 CHMP 의견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 상 승인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통상적으로 CHMP 권고 의견을 받은 후 2~3달 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최종 허가 승인을 낸다.
다만 셀트리온이 내년 초 최종 허가승인을 받는다고 해도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 달 유럽에서 오리지널 약인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의 허가를 마치고 내년 초 본격 판매를 준비 중이기 때문.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글로벌 파트너사와 국가별 출시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허셉틴은 미국 제넨텍이 개발해 스위스 로슈가 판매하는 유방암과 위암용 표적치료제로 지난해 매출 67억5000만달러(약 7조5000억원)를 올리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 순위에서 8위를 기록했다.
오리지널 약처럼 바이오시밀러 시장 역시 최초 제품이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은 지난 2014년 초 유럽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최초로 출시했다. 이후 램시마는 오리지널 약인 레미케이드 시장의 40% 이상을 잠식할 정도로 성공했다. 반면 2년이나 늦게 시장에 나온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플릭사비’는 존재감이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시장에서는 ‘퍼스트무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2월 유럽에서 본격 출시한 ‘베네팔리’는 지난해 1억60만달러(약 1056억원)에서 올해 3분기까지 2억5320만달러(약 2568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후속 제품인 산도즈의 ‘이렐지’는 베네팔리에 막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셀트리온은 경쟁사에 비해 허가는 3개월 정도 늦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에서의 큰 차이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는 램시마와 경쟁품 출시 시기가 2년 이상 벌어져 추격이 불가능했다”며 “유럽은 통상적으로 2~3분기에 각 나라별 입찰이 집중되기 때문에 사실 상 같은 출발선 상에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 경쟁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사는 “셀트리온은 이미 유럽 시장에서 램시마의 성공으로 인지도를 높인 후 후속 제품을 선보이고 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출발은 늦었지만 막대한 투자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빠른 시간 안에 선두권에 진입했다”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속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외에 글로벌 제약사인 암젠과 엘러간도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준비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