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박차고 나와 치과용 진단기 시장 강자로

by유근일 기자
2016.07.05 08:59:30

이상철 레이 대표 인터뷰
삼성전자 계열사 독립해 매출 99% 수출로 달성
치과용 진단기 시장 무궁무진, 디지털 치과 변화 선도 기업될 것

[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해외 투자자를 유치해 스핀오프(Spin-Off)에 나서며 이색적인 성공 가도를 걷고 있는 벤처기업이 있다. 치과용 엑스레이(X-Ray) 생산업체 레이의 성장 배경이다.

이상철(42·사진) 레이 대표는 “삼성전자(005930)가 의료기기 사업을 시작할 당시 메디슨보다도 먼저 인수된 기업이 레이였다”며 “삼성전자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치과용 진단장비 뿐 아니라 모든 치과 치료 공정을 단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디지털 치과’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2004년 경희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창업한 레이는 CT(컴퓨터단층촬영) 영상 구현 기술을 높게 평가받아 2010년 삼성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된다. 성공한 창업자에게 엔젤투자를 받는 것으로 시작해 대기업에 인수되기까지 벤처기업의 전형적인 성장 공식을 따르던 레이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다.

이상철 레이 대표가 회사의 치과용 엑스레이 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유근일기자
그는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삼성그룹에서 독립하는 길을 선택한다. 2014년말 삼성전자와 5년간의 공동협업 개발 과제를 마친 그는 이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인 블루런벤처스의 아시아 펀드 BRV Lotus의 투자를 받아 삼성전자의 지분을 전부 사들인다.

이 대표는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와 함께 디지털 엑스레이 XGEO 시리즈를 공동으로 개발하면서 어떻게 디자인을 해서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지 등 기술 개발 외에도 다른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치과용 진단기기 분야라면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인수합병(M&A)이 활발하지 않은 국내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벤처업계에서는 “대기업에 인수된 벤처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해 독립하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대기업 계열사라는 ‘딱지’를 뗀 레이에게 재도약의 기회는 금방 다시 찾아왔다. 서울대 치과병원과 함께 디지털 임상연구소를 개설하는가 하면 연세대 치과병원과 공동으로 정부 개발 과제를 수행하는 등 성장의 기회가 주어지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 계열사로 있을 때는 병역특례부터 증자, 연구개발(R&D)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길들이 막혀있었다”며 “대학교와의 공동 연구개발을 계기로 치과용 진단기기 분야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레이는 2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201억원) 대비 10% 이상의 성장세다. 삼성에서 독립한 이후 설립한 미국 법인의 영향으로 매출의 98.7%가 해외 수출에서 나왔을 정도다.

10%가 넘는 가파른 성장세에 불구하고 전체 매출에서 R&D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4년 매출의 8.53%를 차지하던 R&D투자비용은 지난해 10%를 넘겼다. 회사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2~2014년까지 70명 남짓이던 직원은 지난해 92명까지 늘었다. 올 들어서는 직원 수가 100명을 넘길 정도로 꾸준히 인력 채용에 나서며 내실을 갖추고 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에는 벤처기업협회가 수여하는 우수 벤처기업 3관왕(고용·수출·성장)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의 목표는 디지털 영상 진단부터 치료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치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과기대, 연세대와 공동으로 3D 영상기기로 찍은 데이터로 치과용 보형물을 바로 제작할 수 있는 3D프린터 개발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현재 치과용 진단기 시장은 3조원 규모로 8개 국가의 20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수 대기업에서도 인정받은 만큼 레이의 기술력이라면 진단기 시장을 물론 세계 디지털 치과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상철 레이 대표가 회사의 치과용 엑스레이 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유근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