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룡의 한방라운지)담(痰)

by이해룡 기자
2005.03.17 12:20:04

[edaily] “어깨죽지가 저릿저릿하면서 너무 아파 고개도 못 돌리겠어요. 혹시 담이 들린 것이 아닌가요.” 어깨나 등 옆구리 쪽이 결리고 통증이 심하면 보통 담이 들렸다고 한다. 가끔 가래가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담이 많다고 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담이라는 말은 두 가지 정도로 한정돼 쓰이는 것 같다. 한의학에서의 담(痰)은 그 범위가 아주 넓다. 담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병을 일으키는 건강하지 못한 진액이나 체액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한 군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 몸을 이동하는 특성상 곳곳에서 말썽을 부리며 사람을 괴롭힌다. 이 때문에 십병구담(十病九痰)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즉 인체에 생기는 병이 열이면 그중 아홉은 담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담에 대해 일가견을 가진 왕은군(王隱君)이라는 의사는 담론(痰論)을 통해 ‘모든 병은 담 때문에 생긴다’라고 하여 담의 폐해를 지적했다. 담이 있으면 어떤 증상들이 나타날까. 담병으로 생기는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눈꺼풀과 눈 아래가 연기에 그을은 것처럼 거무스레한 색을 띠게 된다는 것. 눈 주위에 소위 다크서클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나 TV에 나오는 환자는 어김없이 눈 주위가 어두컴컴한 색을 띠고 있어 병색이 완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무리 건강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도 눈 밑이 그늘지면 영락없이 병자로 비쳐지기 때문에 다크서클을 없애는 것이 좋다. 눈꺼풀은 경락상 위에 속하고, 눈 아래 부분은 대장에 속한다. 따라서 다크서클은 위나 장 등 주로 소화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잘 생긴다고 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담은 비위에서 생기기 때문에 비위를 치료하는 것이 치료의 근본이라고 했다. ‘잘 먹고 잘 내보는 것’이 다크서클을 없애는 묘수인 셈이다. 다음으로는 매핵기(梅核氣)라고 하여 매화씨 같은 것이 목구멍을 가로 막고 있는 느낌이 들게 된다. 이물감을 없애기 위해 뱉어내려고 해도 뱉어지지 않고, 삼키려고 해도 삼켜지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가래를 뱉을 때처럼 자주 컥컥거리게 되지만 가래는 나오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또 담이 있으면 뱃멀미를 할 때처럼 속이 울렁거리기 때문에 가슴이 두근두근하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배에서 물이 흐르는 것처럼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다. 귀가 먹먹해지면서 이명증이 생기고 눈앞이 아찔해오면서 머리도 어지럽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욕도 없어서 식사량이 줄어들고, 팔 안쪽이 마른 고기 비늘처럼 거칠어진다. 담이 어느 장부에 있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도 달라진다. 담이 폐를 막으면 기침과 함께 가래가 많이 난다. 심장에 들어가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면증이 생길 뿐 아니라 심하면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간의 기능을 방해하면 얼굴이 푸르게 변하면서 어지럼증이 생긴다. 비장은 팔다리를 담당하고 있어서 담이 생기면 몸이 무거워지면서 손끝하나 까닥하기 싫어지고, 담 때문에 신장기능이 떨어지면 허리와 무릎이 시리며 아플 뿐 아니라 발도 차가와진다. 위장으로 들어가면 소화기능을 떨어뜨려 명치가 막힌 듯이 답답하고 속이 울렁거리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담을 삭여 없애는데 좋은 음식으로는 우선 생강을 들 수 있다. 생강은 담을 삭이고 위장의 기운을 조화시키는 효능이 있다. 생강 16그램 정도를 물에 달여 수시로 나눠 마시면 좋다. 모과도 담을 삭이고 가래를 멈추게 하는데, 모과를 쪄서 육질을 채에 걸러서 찌꺼기를 버린 뒤 꿀과 생강즙, 죽력을 넣어 달여서 하루에 3-4차례 나눠 마시면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여 담을 삭인다. 이밖에 매실을 달여 차를 만들어 마시면 담을 없애고 갈증을 멎게 한다. (예지당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