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전미영 기자
2003.02.04 11:48:07
WSJ, "거래량 감소+자금 유출+투기세력 주도가 문제"
[edaily 전미영기자] "미국 증시의 최대 악재는 이라크가 아니다" 미국 주식시장의 랠리 퇴조는 장기 투자자의 이탈에서 기인한 것이며 따라서 이라크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곧바로 증시의 강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신문은 거래량 감소, 주식뮤추얼펀드로부터의 자금 유출, 투기세력의 영향력 증대라는 어두운 전조들은 미국 주식시장이 이라크를 넘어 보다 장기적이고 깊은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은 이라크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시작됐으며 이들은 지난 해 가을과 올 1월의 랠리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는 9월 저점 이후 시도된 수차례의 랠리가 투기 세력에 의해 주도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밀러타박의 수석 기술적 분석가인 필 로스는 "미국 증시가 전쟁 뉴스로 이리저리 출렁인 뒤에 결국엔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기 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주식시장에 일반 장기 투자자들이 복귀하지 않는 한 1월 초와 같은 랠리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실패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것.
로스는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의 근거로 거래량이 지난 6개월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 증시의 거래량은 지난 해 7월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통상적으로 신규 투자자금 유입과 함께 거래량이 늘어나는 1월에도 특별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주식뮤추얼펀드로부터의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미국 증시의 전망을 흐리는 요인이다. 지난 달 미국 주식뮤추얼펀드는 약 5000만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실제 1월에 순유출이 일어났다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연초엔 미국의 연기금 펀드들이 자동적으로 수십억달러를 증시에 투입하기 때문이다.
거래량 감소와 주식시장으로부터의 자금 이탈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주식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로리스리포트의 폴 데스몬드 대표는 "주식에 대한 수요 감소가 3년째 지속되면서 하나의 추세를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라크 문제가 부상하기 전부터 매수는 줄고 매도는 늘면서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광이 퇴색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