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옷 수거함에도 못넣는 솜이불 버리면 어떻게 되나[생활속산업이야기]
by노희준 기자
2024.11.02 09:00:00
42)헌 옷 수거함에서 솜이불 제외
매년 섬유 폐기물 9200만톤...매립, 소각으로 오염
석유 기반 소재 합성섬유, 완전분해 최장 200년
쓰고 버린 이불 역시 자원, 재활용시장 구축돼야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조은자 소장] 동네 곳곳 의류 수거함을 지나치다 보면 수거함 위에 버려진 이불이 올려져 있는 경우를 더러 발견하게 된다. 헌 옷 수거함에 배출 가능한 품목은 다음과 같다. 헌 옷, 신발, 모자, 가방, 담요, 천이불, 누비이불 등. 이 품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당연하게도 모든 물건은 투입구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여야 하며 솜이불은 제외돼 있다. 즉 대부분의 헌 이불은 의류 수거함을 통해 배출되지 못하고 재활용되지도 않는다는 의미다.
| 닥나무 원료의 한지섬유로 만든 이브자리 올해 가을 및 겨울 신제품 ‘트루스’ (사진=이브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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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봄과 가을이 실종된 기후위기 시대를 맞이했다. 지구 온난화에 섬유패션 산업은 세 가지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온실가스 배출, 물 사용 및 오염, 폐기물 발생 등이다. 섬유패션 제품은 생산부터 제조, 운송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 물질이 사용되며, 이때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수질 오염을 일으킨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중 섬유패션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10%, 폐수 배출량은 20%에 이른다.
특히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직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한데, 매년 섬유 폐기물의 양은 9200만 톤 이상이며 그 양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엄청난 양의 폐섬유는 매립 혹은 소각처리 되며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 매립지에 묻힌 섬유는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 유독가스를 배출하고 이를 소각하면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특히 폴리에스터 등 석유 기반 소재인 합성섬유의 경우 완전히 분해되는 데 최장 200년이 걸리며, 소각 처리할 경우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이 다량 배출된다.
섬유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유럽연합(EU)은 판매 제품의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생산자에 부과하는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EPR)’를 의류산업에도 확장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엔 EU 각국에서 버려지는 의류들을 수거해 재활용 및 재사용할 수 있도록 폐기물에서 직물을 분리 수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포함된다. 최근 국내에서도 의류를 EPR 제도의 대상 품목으로 추가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 너도밤나무 추출 모달과 면을 혼방한 소재로 만든 이브자리 올해 가을?겨울 신제품 ‘플로애’ (사진=이브자리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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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헌 이불의 경우는 아직까지 순환자원이라는 인식 확산이 의류보다 더 더딘 상황이다. 재활용의 첫 단계인 배출 방법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서울만 하더라도 자치구에 따라 대형 생활 폐기물로 신고해야 버릴 수 있거나, 대형 생활 폐기물로 신고해도 되고 쓰레기 종량제 봉투로도 버릴 수 있는 곳으로 나뉜다. 이렇게 버려진 헌 이불은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처리 되고 있다.
필자가 몸담은 이브자리는 최근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헌 이불의 자원순환 방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순환경제 선도모델을 전국적으로 확대, 구축하는데 기여하기 위함이다. 이브자리를 포함해 총 6개 기관 및 기업은 전국 최초 ‘헌 이불 순환경제 시범사업’을 함께 실행하며 제주도민이 사용하고 폐기한 가정용 헌 이불을 이용해 재생 제품을 만드는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헌 이불 모으기에 동참할 제주도민들은 장농 속 헌 이불을 꺼내 이달 28일까지 도내 이브자리 매장으로 직접 가져가면 된다.
이외에도 필자가 있는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에서는 천연 섬유 및 섬유 재료에 대한 연구 과제를 진행하며 한지, 면, 모달, 헴프 등을 침구에 적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식물성 섬유로 만든 침구는 무공해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추후 폐기할 때도 생분해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부드러움, 통기성, 흡수성 등 소재 고유의 특성으로 양질의 수면에도 도움이 된다. 친환경 제품을 통해 건강한 수면환경 조성에 힘쓰는 한편 자원 선순환까지 추구하는 것이다.
특히나 숙면에 대해 관심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수면산업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가운데 침구를 만드는 일에 몸 담는 필자는 책임감을 느낀다. 쓰고 버려지는 이불 역시 유용한 자원이라는 인식 제고와 재활용 시장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재활용 시장은 생산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지자체, 재활용업체 등이 협력하지 않으면 형성되기 어렵다. 모두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조은자 소장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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