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월한 유럽 증시, 펀드도 '들썩'…"숨고르기 유의"

by이은정 기자
2023.01.24 16:49:10

유럽 주식형 펀드, 1개월 +6%…북미·국내와 차별화
천연가스 급락·달러 추가 약세·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
유럽 주요국 전고점 근접·ECB 추가 금리인상도 부담
"상반기 유럽 증시 상승세 유효…숨고르기 가능성 유의"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유럽 증시가 강한 랠리를 보이면서 연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뜻밖의 ‘게임 체인저’로 등장했다. 유럽 주식형 펀드의 한 달 수익률도 북미와 국내를 큰 폭 앞섰다. 유럽 천연가스 급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둔화·달러 추가 약세·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이 배경이다. 다만 전고점에 가까워진 데다 긴축 우려가 남아 있어 유럽 증시의 ‘숨 고르기’도 예상된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집계 기준 유럽 주식형 펀드는 1개월 새 6.0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평균 수익률(0.89%)을 상회한다. 북미 주식형(-1.15%)과 국내 주식형(1.92%) 평균 수익률과도 차별화된다.

유로스톡스50은 지난 23일 4150.82에 마감했다. 2.61%만 더 상승하면 지난해 2월2일 터치한 52주 최고가(4259.28)를 넘어서게 된다. 천연가스 가격 급락이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물가 압력 둔화와 시중금리 하락, 각종 경제지표 저점 통과가 나타났다는 평이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유로존 경기 반등 기대감, 달러 추가 약세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이 얕은 침체에 그칠 가능성이 선반영되고 있고, 천연가스 재고를 감안하면 상반기 가격 안정세가 예상돼 증시에 호재”라며 “달러 추가 약세는 유로화 가치 추가 상승을 의미한다. 글로벌 자금이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통화가치 반등이 예상되는 유럽으로 이동할 개연성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미국 증시는 글로벌에서 상대적 약세다. 증시 고평가 부담과 기술성장주 실적 악화, 금리 정책 등 영향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에너지 불안 일부 해소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 위험자산 선호심리 부각으로 유럽·아시아 증시 상승세가 미국을 앞질렀다”며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상품별로 보면 KB자산운용의 ‘KB이머징유럽증권자투자신탁(주식) A 클래스’는 한 주간 5.1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해외 주식형 펀드 2위였다. 전체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는 한국거래소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유로스탁레버리지(합성H)’가 1개월 새 15.42% 상승하며 수익률 상위에 올랐다. ‘TIGER 유로스탁스50(합성H)’는 8.33% 올랐다.

다만 유럽 증시의 ‘V자’ 반등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일(DAX), 프랑스(CAC 40) 등 유럽 주요국 지수는 한 자릿수 중반대 상승하면 전고점에 도달하는 수준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긴축 리스크도 경기 반등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적시에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릴 수 있도록, 충분히 제한적인 영역으로 이동할 때까지 오랫동안 경로를 유지할 것”이라며 사실상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는 ECB가 오는 2월과 3월 두 차례 연속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 연구원은 “유럽 물가 압력이 둔화되는 동시에 경기가 저점을 탈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과 이에 따른 ECB의 추가 긴축 리스크는 유로 경기의 V자 반등을 제약한다”며 “상반기 유럽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예상하지만 유럽 증시의 숨 고르기 가능성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