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소니 합작사 S-LCD, 감자 결정..왜?

by류의성 기자
2011.04.25 10:49:20

15% 감자..자본금 3.9조→3.3조
추가 투자 없다? LCD산업 꼭대기? 해석 분분

[이데일리 류의성 조태현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소니의 LCD 합작법인 S-LCD가 15%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S-LCD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자본금은 3조9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줄어든다. 6000억원은 삼성전자와 소니에게 각각 3000억원씩 계상된다.

주식수는 종전 7억8000만주에서 6억6000만주로 감소한다. 감자 기준일은 4월22일, 신주권 교부예정일은 5월25일이다.

유상감자 배경에 대해 삼성전자는 이익 잉여금이 쌓이면 이를 나눌 수 있다는 양사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LCD 설립 당시 삼성전자와 소니의 합의에 따라 자본금 대비 이익잉여금이 축적되면 감자로 유보금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자 이후에도 양사가 보유하는 지분율은 현재와 동일한 50% 씩이 된다"고 설명했다.
 
S-LCD의 이익잉여금이 현재 얼마나 쌓였는지, 자본금 대비 어느 수준일 때 감자를 실시하는 지에 대해 삼성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S-LCD의 감자를 통해 소니가 자본금을 회수해가는 것을 두고 세계 LCD산업이 성장기를 넘어 성숙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LCD산업이 많이 보편화됐고, 현재 글로벌 LCD업황은 공급 과잉인 상황"이라며 "프리미엄 제품이 아닌 이상 안정적인 공급선이 필요없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한국 외에도 대만이나 중국 등으로 패널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많이 하향 평준화됐다"고 지적했다.
 
소니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유상감자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소니의 현금성 자산은 약 12조원, 운전자금은 약 11조원이다. 부채비율은 300%다. 소니의 가전사업이 부진하고 일본 지진 사태 영향으로 현금 조달 필요성이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향후 S-LCD를 통한 추가 투자가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 회사가 단순히 LCD패널 합작사라는 점 외에 양 사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회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S-LCD는 과거 8세대 2-2라인에 공동투자하겠다고 밝힌 이후 현재까지 향후 10세대나 AMOLED 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과거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사례를 떠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999년 필립스와 LG전자가 50대 50으로 투자해 설립한 회사. LG전자와 필립스라는 막강한 거래선을 바탕으로 세계 1, 2위 LCD 메이커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필립스는 지난 2007년 10월부터 지분매각을 통해 지분율을 32.9%에서 19.9%로 낮췄다. 이후 2009년 3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보유지분을 완전히 털었다. 필립스는 디스플레이사업보다는 조명, 의료, 헬스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수차례 밝힌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S-LCD가 미래 투자를 염두하고 있다면 소니가 굳이 감자를 통해 유보금을 회수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S-LCD의 감자는 지난 2007년 당시 필립스의 사례를 떠올리게 해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과 소니의 협력관계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S-LCD는 2010년 매출 11조3663억원으로 전년대비 1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175억원으로 전년 86억원에서 대폭 증가했다. 당기순익은 2046억원으로 전년 163억원에서 크게 증가했다.